[임선빈, 어느 연출가의 노트3] 정치와 연극

관객들은 이미 연극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남정현 기자 | 기사입력 2018/06/05 [17:40]

[임선빈, 어느 연출가의 노트3] 정치와 연극

관객들은 이미 연극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남정현 기자 | 입력 : 2018/06/05 [17:40]

정치와 연극

 

▲ 임선빈 연극연출가 / 극작가     © 남정현 기자

 

20186.13 지방 선거를 앞두고 하루에도 몇 번씩 문자 메시지를 받게 된다. 나는 이 문자 메시지의 장황함이 싫어 수신 거절로 출마자에 대한 나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민주주의 시민 사회의 일원으로 선거를 통해 지방 자치 행정과 교육문제를 다룰 정치인을 골라 선거를 치루는 일은 우리 세대에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부거부제도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는 선거에 출마한 모든 후보들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 할 수 있는 투표방식이다. 이를 헌법소원을 통해 청구하였으나 청구인들이 기권을 할 수 없는 이유는 투표 행위란 진지한 윤리적 결정에 관계된 것이라기보다는 공직 후보자에 대한 의견의 표현 행위에 관한 것이며 양심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라는 이유로 각하되었다.

 

이를 계기로 선거권에서 기권을 표현의 자유로 볼 것인가라는 질문을 해 볼 수 있다. 투표소에 가서 나는 모든 후보자들에게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정치적 표현을 하겠다는 헌법소원 청구인들의 의사는 반영되지 않았으나 이는 민주주의 시민사회에서 시민들의 정치적 참여와 관심의 범위에서 보자면 매우 괄목할만한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선거에 입후보한 모든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아 거부권을 행사하고 싶다면 투표소에 가지 않는 방법 밖에 없는 것일까? 아니면 고의적으로 투표용지를 훼손함으로써 기권 표시를 적극적으로 하여 투표함을 열고 투표용지를 분류하는 사람들에게 피곤함을 유발 할 것인가?는 모두 당신의 선택과 결정에 달렸다.

 

 

한국의 현대 희곡에서도 정치적 주제를 희곡으로 담아 연극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공연법이라는 허들을 반드시 넘어야 하는 시절이 있었다. 사실 정치적 이슈뿐만 아니라 외설이냐, 예술이냐는 허들도 있었으니 말이다. 모든 희곡은 검열의 대상이었다고 보는 게 맞겠다.

 

이 지점에서 하나만 물어보자. 공연 영상물을 국가 기관이 심의하고 검열하여 등급을 매기고 상연불가 처분도 내릴 수 있다면 연극 공연은 국가의 공공재인가?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연극과 영상물을 모든 시민의 공공재의 가치로서 다루고 있는가?

 

그 암울했던 시절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한국 희곡은 알게 모르게 법이 개정되고 정치세력들의 의도에 따라 계속 검열을 받아왔다. 모두가 알다시피 지난 정부의 예술인의 블랙리스트 사건은 그 가운데 백미가 아닐까 싶다.

 

 

선거법에서 거부권을 행사 할 수 있는 권리가 표현의 자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각하된 것과 비대칭 지점에서, 관객들은 이미 연극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라는 권리로써 철저히 보장 받으면서 말이다.

 

우리가 배운바 대로 연극을 구성하는 3대 요소에 관객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 해주는 게 아닐까? 정치와 연극은 언제쯤 이 표현의 자유에 대해 더 관대하고 과감해 질 수 있을까? 이것은 우리가 투표소에 가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길로도 만들 수 있는 것일까?

 

임선빈

연극연출가/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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