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경 변호사의 어바웃 로2] 미투 폭로와 변호사의 무력감

남정현 기자 | 기사입력 2018/06/06 [11:11]

[박원경 변호사의 어바웃 로2] 미투 폭로와 변호사의 무력감

남정현 기자 | 입력 : 2018/06/06 [11:11]

 

미투 폭로와 변호사의 무력감

 

▲ 변호사/변리사 박원경 (법무법인 천명)     ©

 

수업을 들었던 제자를 통해 SNS 미투 고발을 당한 노교수가 상담 받으러 왔다. 누구 소개로 오셨냐는 물음에 한사코 대답을 피하셨다. 소개해준 이에게 폐를 끼칠까 하는 걱정과 위축된 심정이 읽혀졌다.

 

미투 고발된 내용의 법률적 의미, 미투 고발자의 의도에 대해 변호사로서 추측한 바를 설명드리고, 진위 여부를 떠나 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한 해명서작성방향을 알려드렸다. 아예 형사고소라도 당했다면 변호라도 해드릴 텐데 평생을 글쓰기 해 오신 분께 변호사가 글쓰기를 지도하다니...

 

미투 고발은 항상 폭로의 형태를 띠는데 그 의미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았다. 한자로 [사납다, 햇볕에 쪼이다], [이슬]이다. ‘자가 폭력, 폭행, 폭언에 쓰이는 같은 글자다.

 

실제 폭로는 대화나 호소보단 일방적이고 폭력적이다. 폭로의 매체가 당사자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인이 보는 대자보나 SNS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아무리 실제로 피해를 당해 미투 고발로 폭로한 것이라도 명예훼손죄를 피하긴 어렵다. 피해자의 보복성 가해행위이고 범죄인 것이다.

 

근대화 이후 사적 보복을 용인하는 사회나 법질서는 없다. 그런데 이렇듯 보복성 가해행위인 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대해 정부는 공익적 성격이 있으니 죄가 되지 않는 쪽으로 법해석을 적극적으로 할 방침이라고 발표하기까지 하였다. 일선 수사기관이 이렇듯 융통성(?) 있는 법해석을 할 수 있는지 놀랍고, 국가가 미투 폭로를 권장하는 것 같기도 하여 씁쓸하다.

 

어찌 보면 미투 폭로는 더 이상 법적 호소를 하기도 어렵고, 단발적인 형사고소와 가해자 처벌만으로는 구조적이고 근본적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을 때 그 정당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일부 미투 폭로는 형사고소나 민사소송이라는 공식적인 절차를 밟을 수 있는데도 의도적으로 법적인 절차에 선행하기도 한다. 가령 형사고소 후 언론보도가 되면 인터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 인터뷰나 SNS 폭로를 하고 정식 형사고소를 하는 것이다.

 

변호사인 나는 명예훼손의 위험성 그리고 고소의 순수성이 왜곡될 우려 때문에 절대로 권하지 않는 방법인데, 오히려 수사절차에서는 유죄의 심증을 사실상 심어주고 여론에 힘입을 수 있기에 효과적인 측면을 부인하기 어렵다.

 

법을 지키면서도 효과적으로 권익을 수호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변호사로서 무력감을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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