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 코미디소설 '러블로그'로 제14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의 우희덕 작가

남정현 기자 | 기사입력 2018/08/13 [13:30]

[좋은만남] 코미디소설 '러블로그'로 제14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의 우희덕 작가

남정현 기자 | 입력 : 2018/08/13 [13:30]

 

▲ 코미디소설 '러블로그' 작품으로 세계문학상 수상한 소설가 우희덕     © 남정현 기자


소설가 우희덕은 지난 2월 코미디소설 '러블로그' 작품으로 제14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소설의 큰 줄거리는 주인공인 코미디 소설가가 원고마감을 앞두고 원고 분실과 동시에, 사라진 원고를 되찾는 과정을 그렸다.

 

그 안에 우희덕 작가만이 지닌 긴 호흡의 언어유희와 사랑에 대한 고찰이 녹아 있다. 위트와 진지함을 모두 겸비한 소설가 우희덕을 만나보았다.

 

대학교 교직원으로서 글쓰기를 이뤄냈다. 삶의 분주함 속에서 소설을 쓸 수 있었던 내적 원동력이 있다면?

 

본업과 글쓰기. 그 사이에서 느껴지는 괴리감은 당연한 거지만, 그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시간같습니다. 저의 경우 특히 입시철에 일이 많아 이로 인해 소설을 완성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부족한 시간과 미완에 대한 갈증이 합쳐져 소설을 완성할 수 있던 게 아닐까 싶어요.”

 

그가 러블로그를 집필하기 시작한 것은 무려 9년 전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줄곧 소설만 썼다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도 잠시, 우희덕 작가는 장편 소설을 완성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회상했다.

 

“9년 내내 쓴 것은 아닙니다. 첫 시작은 9년 전이었지만 바짝 쓰게 된 것은 근 2년간이었어요. 모든 휴가와 명절, 주말을 다 투자했던 일이었어요. 특히 공모전을 앞둔, 작년 추석 연휴가 길지 않았다면 책을 완성할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대학생 때 코미디 소설을 써본 경험이 있었고, 그 이후로도 쭉 쓰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대학 졸업 후 연애, 취업을 거치며 생각에 다소 변화가 찾아온 때도 있었습니다. 사랑을 하고 있는데 뭐 하러 사랑 이야기를 쓰나? 무엇보다 태어나서 뭐 하나라도 의미 있는 이야기를 남기고자 하는 마음도 컸어요. 생각보다 자기만의 콘텐츠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적어요. 저는 그중에 자신만의 콘텐츠, 자기화된 것을 갖고 싶었어요. 그것이 제겐 코미디 소설이었습니다.”

 

책 속엔 문단마다 여러 개의 언어유희가 담겨있다.

 

바로 직전으로의 직진이었으나 그것은 전에 없던 세계로의 회귀였다.”

 

출처가 없는 생각은 출구 없이 오래 지속 됐다.”

 

코미디는 도태되지 않는 태도야. 웃길 때만 웃는 게 아니라, 슬프거나 힘들 때도 웃음을 잃지 않겠다는 거야

 

만난 적도 없는 여자와 헤어진 기분이야. 그건 헤어진 여자를 만나지 못하는 것보다 더 해진 마음이야.”

 

그에게 이러한 표현들은 불현듯 떠오르는 아이디어정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떠도는 상념(想念)이 불현듯 진공 상태가 되었을 때, 비로소 그가 전하고 싶은 절묘한 메시지로 다가온 것이다.

 

표현에 대한 영감은 주로 음악으로부터 많이 받아요. 사실 영감이 가장 많이 떠오를 때는 혼자 아무 생각 없이 걸어 다닐 때나 드라이브 할 때, 빗소리를 들을 때인 것 같아요. 책상에 앉으면 막상 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영감이 떠오르던 그 순간만큼 글이 나오진 않더라고요. 만들려고 하면 안 만들어지고, 만들지 않으려 할 때 만들어지는 것, 아이러니하지만 그것이 바로 문학적 표현인 것 같아요.”

 

작가는 글에 자기 자신을 투영하기도 한다. ‘러블로그에도 8가지 챕터가 있지만, 그중 자신의 목소리가 가장 잘 드러났던 부분은?

 

"소설가들도 무의식중에 자신의 목소리를 넣을 수 있겠지만, 대개 의도적으로 넣지는 않을 겁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중 마술챕터가 있는데, 여기서 마술은 단순히 마술에 그치는 것이 아닌 문학 소설을 펼치는 것이라고 꼭 말하고 싶어요. 문학도 마술처럼 펼쳐질 수 있다는 뜻을 담았습니다. 여기선 마술(문학) 그 자체가 중요하기 보다는 마술을 펼치는 방식, 스스로가 어설픈 트릭으로 관객들의 눈을 속이는 데 혈안이 되지는 않았는지, 현실과 괴리된 환상을 심어주지는 않았는지 성찰하는 계기로 삼았습니다."

 

많은 장르 중에서 코미디 소설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코미디는 저의 존재로 인해 사람들을 웃고 행복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됐습니다. 여러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좋은 영향력을 주고 싶었고, 그 방식이 제겐 코미디였죠. 진중한 묘사가 많은 소설들은 이미 포화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코미디 장르를 문학에 끌어 놓은 새로운 길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누군가는 책 속의 한 문장으로 새 삶을 영위해나간다. 작가 자신에게도 그러한 글 또는 책이 있는지?

 

"‘그리스인 조르바어린왕자를 좋아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스티븐 킹이 쓴 모든 단편 작품들입니다. 코미디 소설가로서, 장편소설을 쓰는 사람으로서 아이러니하지만, 괴기스러운 작품을 속도감 있게 쓰는 작가의 위트를 좋아해요. 그러한 이질감 속에 삶의 한 문장들을 발견하는 것 같아요. 저만의 문장을 발견하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되는 것도 있습니다."

 

요즘 청년들은 자신의 감정부터 자기 자신을 글로 표현하기까지, 누군가에 의해 판단되어야 할 지 모른다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작게는 SNS에 올리는 글부터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까지요. 작가로서 청년들에게 자신의 글을 솔직하게 담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글쓰기가 시작됨과 동시에 숱한 평가에 익숙해지게 되고, 그러다보면 점점 자신을 글로 표현하는 것에 두려움이 커지게 됩니다. 그럼에도 글을 쓴다는 것 자체는 여러 사람이 보는 것이니 그 영향력 자체를 즐기길 바라요. 비판에 대해선 어느 정도 감수를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자신의 주관으로 가는 것이 맞지만, 주변의 반복되는 비판엔 나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설령 그 비판들이 반드시 옳지 않더라도, 자신의 글을 개선시킬 수 있는 계기로 삼는 것이 중요하겠어요. 그렇게 되면 또 업그레이드 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흔히 말하는 멘토에 너무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길 바랍니다. 그 속에서 어떠한 극단으로 가지 말고 삶의 균형, 나의 길의 균형을 찾길 바라요. 듣는 것도 최대한 들어보고, 나를 한번 깨보고, 충분히 느껴 보면서 그중에 우러나오는 균형말이에요."

 

"책속에 인스턴트 커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예가체프 원두를 쓰면 예가체프 맛이 나듯이, 인스턴트커피를 쓰면 똑같은 인스턴트커피 맛이 나기 마련입니다. 어느 측면에서는 자신이 남들과 같아지지 않으려 애쓰다가도, 현실의 문제와 직면하게 되면 모두 자신을 재단하며 남과 비슷해지게 돼요. 공모전 준비를 할 때에도 상에 목을 매기 보단 나는 지금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내 방식대로 내 글을 쓸 거야.’ 라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에 배포와 자존감이 없다면 인스턴트가 되어 버리는 거죠.

 

현실을 다 포기하고 꿈을 좇으라는 것은 무책임한 소리일 수 있어요. 어느 정도의 타협은 하되 그 안에서 자신의 것, 자신의 시점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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