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경 변호사의 어바웃 로4] 죗값

남정현 기자 | 기사입력 2019/03/19 [13:18]

[박원경 변호사의 어바웃 로4] 죗값

남정현 기자 | 입력 : 2019/03/19 [13:18]

 

죄값

 

▲ 변호사/변리사 박원경 (법무법인 천명)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것이 법 이전에 이치이고 상식이다. 어떤 행위가 죄이고, 그 죄의 벌이 무엇인지를 규정한 것이 형법이다. 그런데 법에서 정한 벌을 다 받았다면 죗값도 다 치른 것이니 더 이상 그 죄로 비난해서는 안된다.’ 명제는 순전히 형사변호사만의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조두순은 8세 여아를 잔혹하게 성폭행하고 상해를 입혀 징역 12년을 선고받아 형기를 마치고 출소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조두순의 처벌이 적으니 출소를 막고 영구히 사회에서 격리시켜야 한다는 것이 여론이다.

 

동기 여학생을 성추행하고 몰래카메라를 찍은 혐의로 징역 26개월을 선고받은 고대 의대생은 출소한 이후 다른 학교 의대에 입학하여 의사시험을 앞두고 있는데, 성범죄 몰카범이 의사가 된다는 사실에 반대하는 것이 여론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두순과 고대 의대생에게 그 어떤 형벌이나 제재를 가할 수 없다.

 

세월이 흘러도 과거 저지른 범죄로 사회적 비난을 받는 이유에는 법이 정한 형벌이 지나치게 낮다거나, 법원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는 등 사법시스템에 대한 불만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 또한 죗값으로 받은 형벌만으로는 적절한 응보나 개화에 부족하고, 출소해서도 반드시 같은 짓을 할 거라는 예측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형법은 범죄의 종류와 그 범죄에 따른 형량을 정하고 있다. 흔히 형법이 범죄자를 처벌하기 위한 법으로 생각하는데, 실제론 전혀 그렇지 않다. 형법은 오히려 범죄자를 위한 법이다. 아무리 잔혹하고 사회적 비난을 받는 범죄라도 법에서 정한 형량 이상은 벌할 수 없도록 만든 것이 형법이다. 형법이 없다면 조두순이나 고대 의대생은 영원히 구금되거나 출소해서도 다른 일을 전혀 할 수 없게 된다.

 

한편으론 이미 죗값을 치른 조두순이나 고대 의대생에 대해 비판적 여론이 형성된 배경에는 언론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언론보도를 보면 조두순이나 고대 의대생은 현재 진행형으로 여전히 나쁜 놈이기 때문이다.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검사나 판사의 입장에서는 조두순이나 고대 의대생보다 더 악랄하고 잔혹한 범죄자를 수도 없이 봐왔을 것이다. 조두순이 받은 징역형이 고작(?) 징역 12년인 이유는 조두순 만큼 악랄하고 잔혹한 범죄자에게 12년을 선고해왔기 때문이다. 유독 조두순이나 고대 의대생만 운 좋게 감형 받았다고 보기엔 어렵다. 만일 조두순이나 고대 의대생이 받은 징역형이나 각종 처분이 부족하다면 죄를 지어 처벌을 받은 모든 전과자들 역시 출소해서도 사회적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잔혹한 범죄 전과자에 대한 사회적 감시는 필요하나 한편으로 지나친 사회적 낙인은 출소 후 사회복귀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재범을 유발할 위험성이 있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전과자의 정상적인 사회복귀를 보장하기 위해 전과기록 등에 대한 관리를 규정하고 수사나 재판 등 법에 정한 사유 이외에 그 어떤 경우에도 전과기록을 회보하거나 누설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임의로 취득한 경우도 중하게 처벌하고 있다.

 

어찌 보면 언론을 통해 사회적 주목을 받게 된 조두순이나 고대 의대생과 같은 전과자들은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사회복귀를 위한 권리를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박원경 변호사

 

- () 법무법인 천명 대표변호사

- 형사법 전문변호사

- ()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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