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정의 참cafe] 그래서 다시, 봄

진달래꽃으로 물들인 따뜻한 밥상

김세정 기자 | 기사입력 2019/03/20 [10:59]

[김세정의 참cafe] 그래서 다시, 봄

진달래꽃으로 물들인 따뜻한 밥상

김세정 기자 | 입력 : 2019/03/20 [10:59]

 

▲ 씩씩한 오미옥씨가 아들을 바라볼 때면 별 같은 사랑이 뚝뚝 떨어진다.     © 김세정 기자


그래서 다시, 봄

 

17세 소녀였던 시절이 있었다. 딸기같이 새콤달콤하게 이름만으로도 벅찬 20대의 아름다운 청춘을 겪기도 했다. 자존감은 푸른 하늘 아래 구름까지 닿아 세상 이치가 만만해 보였던 적도 있었다. 이루고 싶은 꿈도 많았고 도전해 보고 싶었던 일도 제법 있었다. 어쩌다 유명한 작가의 책을 읽고 나면 다시 흔들리기도 했다. 날개 달린 상상은 공상으로 이어져 밤새 우주를 수 바퀴 돌아다녔던 그런 불꽃같은 시절도 있었다.

 

평소 씩씩해 보였던 지인 오미옥씨는 2주 만에 만나는 아들의 소맷자락 위에 손을 얹고, 또 한 손은 아들의 등을 계속 쓰다듬으며 말은 며느리에게 한다. 눈은 아들과 며느리를 번갈아 가며 맞추고, 혼자서 계속 이야기한다. 머리를 크게 끄덕이기도 하고 어깨를 들썩이며 함께 웃기도 한다. 무슨 내용인지 젊은 신혼부부는 ‘네’, ‘네’ 하는 것처럼 보인다. 대화는 짧게 끝났다. 입가에 웃음이 달린 채 뒤돌아서는 그녀에게 좋은 일 있느냐고 물어봤다. 이번 주 토요일이 아들의 생일인데 손수 집밥을 해주고 싶어 본가에 언제 올 수 있느냐는 대화였다고 한다. 키가 190cm 넘는 장신의 아들은 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하고 엄마는 덩실덩실 설렘이 넘치는 풍경이다.

 

모든 어머니의 마음은 같은 걸까? 아들을 바라보는 오미옥씨의 눈에는 별 같은 사랑이 뚝뚝 떨어진다. 그녀는 어느새 중년이 됐고 항상 곁에 있던 아들은 새내기 가장이 되어 든든히 가정을 이끌어 가고 있다. 오미옥씨는 한식조리사, 중식조리사 자격증을 딴 실력을 맘껏 발휘할 생각으로 시장바구니를 들고 새처럼 가볍게 마트로 향했다. 머릿속은 차림상의 재료들과 테이블세팅까지 그림으로 그리듯 메뉴가 순식간에 정해진다. 아들이 좋아하는 갈비찜, 며늘아기가 좋아하는 잡채, 새싹 샐러드, 고기를 듬뿍 넣은 미역국, 노릇노릇 호박전까지 부치면 그녀의 따뜻한 밥상은 거의 완성된다. 생일카드 대신에 길게 편지를 써서 준비하고 금일봉까지 애교로 포함 시킨다.

 

오미옥씨는 아이들이 성장해서 독립한 후, 일로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일주일 중 5일은 일을 하고, 주말은 온전히 나눔과 사회봉사로 채운다고 한다. 봄이면 개나리축제, 어르신들 국수나눔 봉사, 희망나눔 걷기대회, 시청, 구청에서 진행하는 자원봉사에 참여하기도 하고, 대한적십자 봉사원으로도 활동한다고 한다. 환경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을 해 온 그녀는 재난 현장에 달려가 일손을 보태는 일도 그녀의 임무라고 생각한다며, 심지어 공공장소에서 쓰레기를 버리거나 침을 뱉는 사람을 만나면 몸을 사리지 않고 달려가 말을 건넨다고 한다.

 

지난주에 그녀를 만났을 때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인근 하천 청소행사에 활동시민으로 참여해 폐기물을 줍고, 페트병들을 정리하며 잡초 뽑기를 했다던 그녀의 손은 어느새 진달래꽃 같은 화려한 네일아트로 변신한 상태였다. 그녀의 꽃단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손톱 색에 맞춰 핑크 빛 펄 샤도우를 넓게 펴 바른 봄 처녀를 닮은 수줍은 미소가 어여쁘다. 그녀는 꿈 많던 17세, 그 소녀임에 틀림이 없다.

 

오늘도 목련같이 향기로운 그녀의 뜰에 나비가 놀다 갔으면 좋겠다.

 

▲ 아들을 위한 따뜻한 생일 밥상, 아들이 좋아하는 갈비찜, 며늘아기가 좋아하는 잡채, 새싹 샐러드, 고기를 듬뿍 넣은 미역국, 노릇노릇 호박전까지 부쳐 테이블 세팅을 했다. 생일카드 대신에 길게 편지를 써서 준비하고 금일봉까지 애교로 포함시켰다.     © 김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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