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진의 벌거벗은 교육3] 저는 게으름뱅이입니다

남정현 기자 | 기사입력 2019/04/03 [13:19]

[심규진의 벌거벗은 교육3] 저는 게으름뱅이입니다

남정현 기자 | 입력 : 2019/04/03 [13:19]

   

저는 게으름뱅이입니다

   

▲ 그랬다. 교육은 본디 가르치는 자가 더 많이 배우는 법이며 이 세상에 아이들의 순수함보다 더 위대한 것은 없다. (칼럼내용)     © 남정현 기자

 

중학교 1학년생의 발표가 시작되자 아이들은 언제 떠들었냐는 듯 그를 향해 집중했다. 스스로 게으름뱅이라고 칭한 이유를 들어보니 한 번 침대에 누우면 일어나기 싫기 때문이란다. 특히 운동하고 난 뒤에는 더더욱 아무것도 하기 싫으며, 계속 아무것도 하지 않다보면 인생무상을 경험한단다. 나는 중학생의 고백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을 강연자로 만들겠노라며 초, , 고등학생을 모집하여 교육을 시작했는데 첫 시간에 학생의 진솔한 고백에 내 인생이 부끄러워졌다. 항상 스스로를 포장하려하고 없는 것도 있는 척, 있는 것은 더 많이 부풀리기 일쑤였는데 그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괜찮아, 나도 자주 그래

너는 게으른 게 아니야. 넌 항상 옳아

나도 침대에 누우면 빠져나오지 못해

 

아이들에게 그의 발표를 들고 느낀 점을 간단히 써서 전달해주라고 했더니, 너는 게으름뱅이가 아니라며 모두들 그를 응원했다. 처음 만난 사이였는데 그들은 이미 하나 되어 서로를 끈끈하게 응원하고 있었다. 이게 어찌된 일일까. 나는 당연히 서로 약 올리고 약점을 집어내어 자신만을 뽐낼 줄 알았는데 그들은 이미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추고 있었다.

 

내가 가르칠 것이 없었다. 굳이 가르친다면 청중을 집중시키는 스킬 따위. 내용은 없어도 그럴싸하게 마무리 짓는 스킬 따위. 알맹이는 없는 잡스러운 것들뿐이었다. 오히려 내가 그들에게 배우고 있었다.

 

그랬다. 교육은 본디 가르치는 자가 더 많이 배우는 법이며 이 세상에 아이들의 순수함보다 더 위대한 것은 없다.

 

 

 

   

심규진 작가

 

퇴근 후 글을 씁니다.

여전히 대학을 맴돌며 공부하며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를 꿈꿉니다.

<어른 동화>, <상처 받고 싶지 않은 내일>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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