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양의 북다이어리 11]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를 읽고: 당당한 그녀 뒤에는 엄마가 있었다.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이슬아 글·그림, 문학동네)

남정현 기자 | 기사입력 2019/04/24 [02:04]

[최미양의 북다이어리 11]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를 읽고: 당당한 그녀 뒤에는 엄마가 있었다.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이슬아 글·그림, 문학동네)

남정현 기자 | 입력 : 2019/04/24 [02:04]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를 읽고:

당당한 그녀 뒤에는 엄마가 있었다.

 

▲ 최미양 숭실대학교 교수    

 

나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의 세계를 엿보는 것은 낯선 이국땅의 풍광만큼 흥미롭다. 어쩌면 사람 구경은 지구의 한 켠을 구경하는 것보다 더 신나는 일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소우주라고 하니까 말이다.

 

이슬아 작가도 사람에 대한 나의 호기심 때문에 만나게 되었다. 글쟁이로 먹고 살기 위해 매일 매일 글을 써서 독자들에게 배달하고 500원이라는 구독료를 받는다는 한 야무진 작가 초년생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였는데 독립출판에 이어 정규 출판사에서 그녀의 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바로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는 만화와 에세이로 구성되있어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분량이었다. 이슬아 작가의 세계는 내게는 구경거리 가득 찬 신세계였다.

 

대학에 입학한 후 부모로부터 독립한 이슬아 작가는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위하여 선택한 최종 아르바이트가 누드모델이었다. 시급이 아주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독립을 원한 그녀의 동기가 남자 친구를 자고 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녀는 남자의 몸이 언제나 흥미롭다고 말한다. 성에 대한 그녀의 자연스러운 태도는 문득 미국 영화 홈 포 더 할리데이의 한 장면을 생각나게 한다.

 

이 영화 줄거리가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지만 여주홀리 헌터가 추수감사절에 방문한 부모님 집 거실 소파에서 남자친구와 섹스를 하던 장면만 뚜렷이 기억난다. 섹스를 하는 중에 남동생이 들어온다. 그녀는 전혀 당황하지 않으며 미소까지 띠며 남동생에게 하이하며 인사를 건넨다. 남동생도 하이하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 1995년으로부터 약 25년이 지난 지금 우리도 성에 대한 서구의 개방적인 태도를 따라가고 있는 걸까? 그런데 한 번 더 생각해보니 이는 무엇보다 작가의 개성이다. 다시 말해서 이렇게 솔직하게 글을 쓰는 이슬아 작가의 태도는 그녀의 주체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주체적 사고의 토양은 어머니였다.

 

이슬아 작가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위해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러다가 잡지사 기자, 누드모델, 글쓰기 강사를 주로하며 학교를 다닌다. 그런데 이런 그녀의 독립심과 씩씩함은 바로 어머니의 절대적 지지의 산물이었다. 그녀는 어머니와 남다른 유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작가의 서문에 잘 나타나 있다.

 

... 그가 몹시 너그럽고 다정하여서 나는 유년기 내내 실컷 웃고 울었다... 이 사람과 아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자라왔다. 대화의 교본이 되어준 복희. 그가 일군 작은 세계가 너무 따뜻해서 자꾸만 그에 대해 쓰고 그리게 되었다....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는 어떤 모녀가 함께 자라도록 도운 풍경을 묘사한 책이다....무엇보다도 우정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엄마를 복희라 부른다,)

   

 

엄마와 딸의 우정은 상당 부분이 엄마의 역량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어머니는 감성이 풍부하고 공감 능력이 탁월하다. 티비를 보면서 누구보다도 잘 웃고 잘 울며 가게에 온 손님들은 어머니와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대화 상대를 아주 잘해주기 때문이다. 딸의 운동회 날 하이웨이스트 청바지에 하이힐을 신고 와서 학부모 달리기에 당당히 참여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이런 어머니이기에 초등학생인 딸을 힙합학원에 보내고 딸이 아버지와 맞담배를 피워도 참아주고 누드모델을 하겠다는 선택에 딸을 위해 그녀의 구제옷 가게에서 가장 좋은 코트를 가져다준다.

 

어머니는 가난해서 자신의 꿈을 좇지 못하고(국문과를 합격하고도 진학하지 못했다) 결혼해서도 시부모 시동생 부부와 함께 살기도 하며 생계를 위해 여러 직업을 전전해야하는 고달픈 삶을 살아왔다.(그래서 딸은 유능해져서 엄마에게 일을 멈춰도 되는 시간을 선물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딸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많았다. 사랑과 우정을 주고 자신의 정신을 물려주고 있었다. 그래서 딸은 맨땅에 헤딩을 하면서 씩씩하고 독창적으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모든 딸들에게, 모든 자녀들에게 이런 어머니가 있을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빌어본다.

 

 

 

▲ 그래서 딸은 유능해져서 엄마에게 일을 멈춰도 되는 시간을 선물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딸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많았다. 사랑과 우정을 주고 자신의 정신을 물려주고 있었다. 그래서 딸은 맨땅에 헤딩을 하면서 씩씩하고 독창적으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남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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