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이야기] ‘키워드로 읽는 아프리카 소설2’ 서구중심주의 담론이 왜곡한 가치 재조명

남윤혜 기자 | 기사입력 2019/04/30 [17:59]

[북이야기] ‘키워드로 읽는 아프리카 소설2’ 서구중심주의 담론이 왜곡한 가치 재조명

남윤혜 기자 | 입력 : 2019/04/30 [17:59]

 

▲ ‘키워드로 읽는 아프리카 소설2’은 다섯 개의 키워드(아동, 여성, 인종, 고발, 이야기)의 16편 아프리카 소설을 다룬다.     © 남윤혜 기자


[참교육신문 남윤혜 기자] ‘세계문학은 오랫동안 지독한 편견에 젖어 서구문명에 편향된 서구중심주의’(또는 유럽중심주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서구중심주의의 특징은 유럽인이 비유럽인의 문화를 경멸하고 무시하는 것으로 시작했으나 점점 비유럽인 스스로 유럽을 닮아가려 하는 모습으로 변해 갔다.

 

세계문학용어를 처음 사용한 괴테가 히브리 문학, 아랍 문학 등을 섭렵한 후 마지막으로 중국 문학을 접하고 나서야 비로소 세계문학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을 안다면 오늘날 우리가 이야기하는 세계문학이 얼마나 편협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아프리카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서구중심주의에 의해 구성된 세계문학의 틀을 해체하고 지구적 세계문학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서구가 주도해온 담론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빠지기 쉬운 모순은 바로 서구와 비서구를 대립적 관계로 규정하는 것이다.

 

서구에도 아프리카에도 속하지 않는 한국의 연구자들이 아프리카 소설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공감으로 따뜻한 연대의 손길을 내밀었다. 응구기 와 티옹오의 울지 마, 아이야부터 주제 에두아르두 아구아루사의기억을 파는 남자에 이르기까지 아프리카의 현실을 엿볼 수 있는 소설들을 엄선해 함께 읽는다.

 

이 책은 키워드로 읽는 아프리카 소설2’로 다섯 개의 키워드(아동, 여성, 인종, 고발, 이야기)16편 아프리카 소설을 다룬다. 작품에 대한 심도 있는 비평과 함께 작품 소개와 작가 소개도 담았다.

 

키워드로 읽는 아프리카 소설2’는 먼저 성장소설을 분석해 아프리카의 역사를 읽는다. ‘응구기 와 티옹오의 울지 마, 아이야(김경훈)’는 식민지 시대 아프리카의 희망과 좌절을 한 소년의 성장을 통해 드러낸다.

 

나디파 모하메드의 모래바람을 걷는 소년(추선진)’은 소말리아 소년이 성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작가는 성장소설의 형식을 빌려 소말리아인이 처한 상황을 제시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노바이올렛 불라와요의 우리에겐 새 이름이 필요해(한송이)’는 작가의 자전적 성장소설로, 어린 소녀가 조국 짐바브웨에서 겪은 가난과 폭력, 이주한 미국에서 겪은 소외와 냉대를 생생하게 그린다.

 

아프리카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중요하다. 억압된 삶을 살아온 아프리카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변화를 꿈꾸기 시작한다. ‘타예브 살리흐의 북으로 가는 이주의 계절(이석호)’은 주인공 무스타파(철새)가 이주의 방향을 (유럽)’으로만 고정해 치르게 되는 애달픈 퇴화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으로의 이주가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비극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음을 강력하게 암시한다.

 

베시 헤드의 비구름이 모일 때(이정선)’는 정치적 이유로 남아공을 떠난 주인공이 보츠와나에 정착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다. 작품이 그리는 마을은 사랑과 희망이 가득한 곳이다. ‘샤무엘 시몽()아랍 여성 단편소설선(이소정)’아랍이라는 문화와 여성이라는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그들이 받는 차별과 우리가 인식해야 하는 차이를 그들의 목소리로 전달한다.

 

아프리카 사회에서 인종은 여전히 차별의 문제를 담고 있다. ‘페르디낭 오요노의 늙은 흑인과 훈장(추선진)’은 카메룬의 슬픈 역사와 현실, 원주민을 차별하는 백인에 대한 분노를 담아내면서 동시에 서구화에 떠밀려 포기되어서는 안 되는 전통적 원주민의 삶을 그려낸다.

 

존 쿳시의 추락(김원경)’은 아파르트헤이트 이후의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재현하며, 식민주의 역사에서 가려졌던 타자의 아픔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린다.

 

품라 고보도 마디키젤라의 그날 밤 한 인간이 죽었다/에드윈 캐머런의 헌법의 약속(차선일)’은 아프리카 토착 사회가 서구의 제국주의 행정부와 기독교 세력을 만나 어떤 변화를 겪는지 살펴본다. 두 작품은 진실과 정의를 요구하는 험난한 여정을 통과한 남아공 사회의 내면을 보여준다.

 

아프리카에는 그곳의 삶을 훼손시키는 외부세력이 여전히 존재한다. ‘존 쿳시의 어둠의 땅(고인환)’은 베트남 전쟁에 관한 이야기와 네덜란드계 백인이 아프리카 원주민을 식민화하는 일화를 담고 있다. 작가는 서로 다른 시대의 이야기를 병치함으로써 식민주의의 본질을 탐색한다.

 

치누아 아체베의 신의 화살(이규진)’은 나이지리아가 근대화하기 이전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린다. 이미 아프리카에 깊숙이 침투해버린 백인. 아프리카에 남은 사람은 어떤 전통을 살려야 할까. 아체베는 소설을 통해 이러한 과제를 독자에게 던진다.

 

누르딘 파라의 해적떼들(고인환)’은 소말리아의 현실을 생생하게 담아내며 소말리아의 속살 즉, 내면적 진실을 포착한다.

 

아프리카 소설은 아프리카의 현실을 생생하게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을 타개하고 변화시키고자 한다. 그 힘이 바로 이야기속에 있다. ‘응구기 와 티옹오의 십자가 위의 악마(김학중)’는 여전히 유효한 문제를 제기한다. 다국적 자본과 결탁한 국내 자본, 청년 실업을 방조하고 노동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다양한 법적 장치, 그와 결탁한 국가 권력과 사법권력, 그리고 리더 역할을 하지 않으면서 사회 리더라고 말하는 이들. 이 복잡한 결탁 관계를 그려내면서 응구기는 은폐된 진실이 무엇인지 인식하기를 요청한다.

 

아시아 제바르의 사랑, 판타지아(황금하)’는 분열되거나 혹은 유폐된 아랍여성의 삶을 이야기한다. 배제 혹은 잊혀진 기록의 복원은 알제리와 이슬람 여성을 위한 변화의 시작이다.

 

자케스 음다의 곡쟁이 톨로키(정재훈)’는 톨로키와 노리아의 삶을 통해 추구해야 할 인간다운 가치와 새로운 공동체를 모색한다.

 

주제 에두아르두 아구아루사의 기억을 파는 남자(이효선)’는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가 얽혀 있다. 이 소설은 참이고 진실이고 진리라고 확신한 것의 그 너머의 것을 알기 위해 조금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 시간을 견디기 위해서는 오늘도 여전히 기록돼야 한다는 것 등 여러 가지 본연의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은 2016년 출간한 키워드로 읽는 아프리카 소설의 두 번째 책이다. 경희대 범아프리카문화연구센터에서 아프리카 문학에 대한 연구를 축적한 연구자들이 모여 책을 발간했다. 문학 연구 이외에도 매년 아프리카 작가를 초청하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AALA)’ 국제문학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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