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숙의 지하철을 타면서9] 순둥이

나는 왜 그렇게 순둥이를 응원하는 것일까?

남정현 기자 | 기사입력 2019/06/03 [22:03]

[전성숙의 지하철을 타면서9] 순둥이

나는 왜 그렇게 순둥이를 응원하는 것일까?

남정현 기자 | 입력 : 2019/06/03 [22:03]

 

▲ 골목을 지나가는 ‘순둥이’를 만났다. 너무나 반가워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 순둥이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지나간다. (본문 중)     © 남정현 기자


[전성숙의 지하철을 타면서9] 순둥이

 

골목을 지나가는 순둥이를 만났다. 너무나 반가워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 순둥이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지나간다.

 

순둥이를 만난 건 어느 날 아침이었다. 골목을 걷다 눈을 의심하였다. 목줄도 주인도 없는 개가 옆을 지나가고 있었다. 이미 주인의 관리가 오래전부터 없었다는 듯이 털도 제멋대로 자라 있었다.

 

왠지 모를 정감이 갔다. 한없는 애정이 생겼다. 아무렇게나 서울 한복판을 휘젓고 다니는 순둥이가 반가웠다. 똥개에서 순종으로, 애완견에서 반려견으로, 반려견에서 유기견으로 변해가는 세상의 야속함인지도 모르겠다.

 

많이 말라 있었다. 많이 먹지 못했는지, 체구가 작아져 있었다. 한 엄마와 아이가 옆을 지나가면서, “꼭 외국 아저씨처럼 생겼다.”라고 엄마가 얘기하는 것이 들렸다. ‘외국 아저씨처럼 생겼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순둥이를 불러보았다.

순둥아!”

신기하게도 순둥이는 자신을 부르는 것을 알았는지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조금은 꺼림칙하게 여겨져 한발 물러서니, 오는 듯 발길을 돌린다.

 

아차 싶어, 다시 불러보았다.

순둥아!”

귓등으로 듣고 종종걸음으로 멀어진다. 이젠 내 마음에만 순둥이인가 보다.

 

▲ 이 말이 예전엔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졌는데, 크고 보니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하며 마음의 결을 만들어낸 말이다. (본문 중)     ©남정현 기자

 

멀어져가는 순둥이가 개답게 전봇대에 한 발을 들고 오줌을 싼다. 어차피 이 골목을 차지할 수 있는 개는 자신밖에 없을 텐데...

  

지하철을 타면서 언제까지 순둥이를 볼 수 있을까, 또 나는 왜 그렇게 순둥이를 응원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러니 어릴 적 고모가 생각났다. 같은 말을 반복하며 상대방 행동 패턴을 조종하던 분이다.

 

반찬은 골고루 먹어야 해.”

반찬을 골고루 먹어 봐.”

반찬은 골고루 먹어야 건강해 좋아.”

 

내 밥상 앞에 가만히 앉아 내 수저를 빤히 쳐다보며 던진 말이다. 수저에 갖가지 반찬을 다 올렸다. 그러니 고모는 또 말을 바꾼다.

 

내 말은 하나씩 골고루 먹어야 한다는 소리야.”

 

이 말들이 예전엔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졌는데, 크고 보니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하며 마음의 결을 만들어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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