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정의 참cafe] 멋진 중년들의 래프팅 단합대회

강원 내린천 래프팅을 즐기다

김세정 기자 | 기사입력 2019/07/24 [12:39]

[김세정의 참cafe] 멋진 중년들의 래프팅 단합대회

강원 내린천 래프팅을 즐기다

김세정 기자 | 입력 : 2019/07/24 [12:39]

 

▲ 강원 내린천 래프팅, 급류를 막 통과한 후 안도의 웃음을 짓는 모습     © 김세정 기자

 

강원도 인제에 있는 내린천에 도착하니 장맛비가 조용히 내리고 있었다. 방금 래프팅을 마치고 장비를 반납하려는 사람들을 보니, 우리도 이제 고무보트를 타고 놀 생각을 하니 가슴이 쿵쿵 설렌다. 래프팅 접수처 앞은 예약을 확인하러 온 사람들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래프팅 안전장비는 비교적 간단했다. 자주색 라이프자켓과 노란헬멧, 형광색 아쿠아슈즈까지 신고 나니 동화에 나오는 병정 같다. 먼저 우리들이 타야할 14인승 보트를 들어 내린천으로 함께 옮겼다. 고무보트를 물 위에 띄우기에 앞서 가이드의 구령에 맞춰 손목 돌리기, 발목운동 등 기본 스트레칭을 한 후 래프팅에 대한 간단한 안전수칙과 몇 가지 래프팅 요령을 배웠다.

 

‘자켓팅’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배웠는데, 급류나 바위에 부딪쳐 물에 빠졌을 경우 혼자서 물에 떠있는 상태를 말한다고 한다. 라이프자켓은 성인 기준으로 약 24시간동안 물에 뜰 수 있는 부력이 있다고 한다. 자세는 하늘을 보고 소파에 누운 것처럼 편하게, 머리는 들고 양손은 물 위로 넓게 펴고, 다리는 물 밖으로 들고 있으면 된다.

 

가이드는 생존강령과도 같은 행동요령을 몇 가지 더 가르쳐 줬다. “알루미늄 재질의 스틱이 ‘노’ 기능을 하는데, 제가 ‘앞으로 3번’하면 반드시 박자를 맞춰 합심해서 노를 저어야 보트가 제대로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우리 11명의 일행은 고무보트 가장자리에 촘촘히 앉았다. 어리둥절한 채 처음 앉았던 자리가 본인 자리로 굳혀졌다. 균형을 잡고 각자 위치에서 중심을 잡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사소한 자리배정이 심리적 안정감을 준 것은 사실이다. 우리 보트를 조정할 래프팅 가이드는 키가 크고 씩씩한 20대 청년이었다. 재치 있는 말솜씨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어 가자 긴장했던 우리 멤버들은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드디어 배는 물위에 띄워졌다. 가이드는 보트의 앞쪽과 뒤쪽을 옮겨 다니며 방향을 잡아 나갔다. 계곡 아래쪽까지 넓게 바라보는 눈빛과 깊고 크게 노를 젓는 모습이 그야말로 래프팅 코스에 익숙한 조교인 것 같았다. 다만, 보트에 몸을 고정할 수 있는 것은 바닥에 샌들 끈 같이 생긴 고리에 두발을 끼워 넣는 것뿐인데, 이 상태에서 급류를 타야한다. 갑자기 상체를 가로 질러 안전하게 조여 주는 자동차의 안전벨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해가 쨍쨍 내리쬐는 날보다 오늘같이 구름이 있는 날이 래프팅하기에 완벽한 날씨라며 보트 안에서 수다를 떨었다. 가이드는 급류가 크게 3곳이 있다고 말해줬다. 그 곳을 통과할 때는 집중과 단합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향 지시를 내릴 때 물소리 때문에 뒷사람이 잘 들리지 않으면 복창을 해서 즉시 ‘노’를 ‘앞으로 혹은 뒤로 그리고 정지’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근두근 거친 물살과 단단하고 커다란 바위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보트가 급물살에 따라 방향이 휙휙 돌아가며 바위에 격하게 부딪쳤을 때 좌측에 앉아있던 성림언니와 정례언니가 배 안쪽으로 쏟아지듯 넘어졌다. 배가 뒤집힐 듯 요동을 치자 순식간에 우리는 긴장했다. 다행히 전복되지 않고 첫 번째 급류를 무사히 통과하자 서로의 얼굴을 보고 크게 웃었다. 우리는 한 배를 탄 동지였고 높은 고지를 넘어선 전우가 된 느낌이었다. 한순간에 우리는 하나가 됐다.

 

가이드는 첫 번째 급류는 맛보기 단계라고 했다. 두 번 째 급류를 만나기 전에 우리일행은 전투 장비를 점검하듯 마음을 다잡고 발 벨트에 두발을 깊게 들여 놓고 보트 가장자리에 최대한 안정감 있게 눌러 앉았다.

 

또다시 급류가 시작됐다. 급작스런 물살에 휘말리더니 보트가 큰 바위에 세게 부딪쳐 앞쪽이 높이 들렸다. 순간!, 왼쪽 앞자리에 앉아 있던 의재와 태영선배가 수중다이버처럼 뒤로 점프하듯 동시에 물속으로 튕기듯 빠졌다. 찰나였다. 가이드는 목청을 돋아 “앞으로!~”를 외쳤고 우리는 급류로 떠내려가는 두 명을 구조하기 위해 노를 힘껏 저어 내려갔다. 협동심은 즉시 발휘됐다. 다행히 의재는 미리 배워둔 ‘자케팅’ 방법을 이용해 바위 위에 올라 있어서 먼저 구조를 했는데, 태영선배는 시야에서 보이지 않자 우리는 또다시 “하나! 둘!” 구령을 붙이며 물살을 헤치며 속도를 냈다.

 

천만다행으로 우측 계곡 가까이에 있는 바위에 매달려 있는 태영선배를 보트위로 건져 올리는데 성공했다. 우리는 훌륭한 구조대원이나 된 듯이 그때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극복과 성취감이 교차했다. 그 위기의 순간들은 어느새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변했다. 짜릿한 스릴이 있는 래프팅이 진정한 모험 레포츠라며 보랏빛으로 변한 입술로 재잘거렸다.

 

내린천은 초보자도 래프팅을 즐기기에 알맞은 수심과 돌발 급류가 적절히 이뤄진 것 같다. 급류 구간이 지나고 호수같이 잔잔한 평수 구간이 나오자 가이드는 보트를 멈추더니 “이곳에서 잠시 놀다 가겠습니다. 모두 보트 밖으로 뛰어 내리세요. 스스로 입수하지 못하는 사람은 제가 번쩍 들어 물속으로 던져 드리겠습니다."라고 가이드가 호언했다. 수심 5M정도라고 했다. 프로 수영선수만큼 수영을 잘하는 정현이가 제일 먼저 다이빙하듯 물속으로 들어갔다. 물살을 가르며 여유롭게 헤엄치는 모습이 아름답기까지 했다.

 

보트 바깥 면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미끄러지듯 내려가 봤다. 이게 왠일인가, 발이 땅에 닫지 않는다. 바로 공포의 해저영화 장면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체온이 10도는 떨어지는 것처럼 떨렸다. 겁을 잔뜩 먹고 "저는 안되겠어요."하고 가이드에게 간절하게 말했다. 가이드는 망설임 없이 내 구명조끼의 뒤쪽을 이용해 보트위로 끌어 당겨 올려 줬다. 물이 무서워 수영을 배우지 못함을 새삼 아프게 느꼈다. 물 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현이가 수영을 가르쳐 주겠다고 손짓으로 부를 때, 믿고 물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바위에 올라서자 멤버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온다. 가장 먼저 빨간 라이프자켓을 입은 성림언니가 눈에 띈다. 그녀는 출발할 때 보트에 올라서면서 우스갯말로 “내가 급류 속에서 금을 캐줄게” 하면서 수경을 챙겼다. 물놀이를 제대로 즐기는 것을 보니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알루미늄 패들을 고를 때에도 “난 기능보다도 색깔이 중요해”하며 우리 일행과는 일치하지 않은 보라색을 들고 승선했다.

 

수영을 잘 못한다는 현준이도 능숙하게 ‘자켓팅’을 하면서 여유 있게 물놀이를 하는 모습이 예쁘다. 내 옆에 앉아 있던 미양언니는 진정으로 여성스러움이 넘치는 여인이다. 노를 저을 때도 급류 속에 휘말릴 때에도 ‘다소곳함’은 흐트러짐이 없다. 이 스릴만점인 내린천 계곡을 내려가는 동안 미양언니는 적절한 노래를 찾아 멋지게 한 곡 부르고 싶어 계곡 물소리를 반주로 여러 곡을 흥얼흥얼 불렀다. 명종선배, 주엄, 창용선배 등 11명의 멤버가 크게 다친 곳 없이 무사해서 다행이다. 남춘천역 앞에서 닭갈비를 함께 구워 먹으며 1박 2일 강원 여행을 마무리했다. 특별히 이동할 때 처음부터 끝까지 승합차 앞자리를 내어 준 10명의 멤버들께 감사함을 전한다.

 

▲ 강원 내린천 래프팅, '롤링'하는 모습, 롤링은 강한 급류 속에서 보트가 바위틈에 끼기나 코너에 갇혔을 때 위치 탈출 방법으로 배운 행동이다. 좌측에 앉은 팀과 우측에 앉아 있는 팀이 각 조를 이뤄 ‘하나!’하면 좌측에 앉은 팀이 뒤로 상체를 눕히고, ‘둘!’하면 우측에 앉아 있는 팀이 뒤로 상체를 눕혀 배를 좌우로 흔들어서 빠져 나오는 방법이다.     © 김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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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마귀 2019/07/24 [15:38] 수정 | 삭제
  • 생생한 묘사가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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