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양의 북다이어리 15] ‘방구석 미술관’을 읽고: 아름다움의 효과를 그리며

‘방구석 미술관’(조원재, 불랙피쉬)

남정현 기자 | 기사입력 2019/08/26 [14:14]

[최미양의 북다이어리 15] ‘방구석 미술관’을 읽고: 아름다움의 효과를 그리며

‘방구석 미술관’(조원재, 불랙피쉬)

남정현 기자 | 입력 : 2019/08/26 [14:14]

 

 ‘방구석 미술관을 읽고: 아름다움의 효과를 그리며

 

▲ 최미양 숭실대학교 교수

 

어딘가에서 이 책 방구석 미술관에 대한 소개 글을 접했었다.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 없이 학교 도서관에서 검색을 해보았다. 모두 대출중이라는 표시에 마음이 동했었는지 예약을 눌렀었다. 그리고는 잊어버렸는데 지난주에 다른 책을 대출하러 갔을 때 예약도서로 도착한 이 책을 건네받게 되었다. 책을 가지고 나오면서 나의 삶이 미술에 대한 책을 읽을 만큼 여유로운가라는 의문을 가졌었다.

 

나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서 포기한 것 중에 문화생활과 아이쇼핑의 즐거움이 있다(물론 고향에서 친구들이 올라오거나 명절 때처럼 가끔 예외는 존재한다). 음악은 잠들기 어려울 때 듣는 라디오 클래식 방송 정도로, 미술은 오며 가며 벽에 걸린 그림을 감상하는 것으로, 무용은 다큐멘터리나 영화 속에서 맛보는 정도로 문화에 대한 목을 축인다. 영화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하여 철지난 영화들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쇼핑은 거의 모두 방구석에서 처리한다. 그런 내가 미술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은 사치일 수 있겠다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눈앞에 책이 있으니 호기심이 발동하여 책의 첫 장을 펼쳐보게 되었다. 끝까지 읽게 되었다. 책이 아주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재미있는데?”라는 질문을 받으면 뭐라고 답할지 생각해본다. 먼저 이 책에 나온 화가들이 거의가 우리가 아는 대가들이라는 것이다. 뭉크, 칼로, 드가, 고흐, 클림트, 실레, 고갱, 마네, 모네, 세잔, 피카소, 샤갈, 칸딘스키, 뒤샹이 그들이다. 내게는 프리다 칼로, 에곤 실레, 마르셀 뒤샹이 비교적 낯선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이들 모두는 내게 소위 위인들이다. 그러니까 위인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생각 때문에 이 책을 재미있게 느꼈던 것이다.

 

그 다음 이 책의 저자인 조원재의 스토리텔링 능력 때문이다.(참고로 그는 경영학과 출신이다.) 그의 스토리텔링은 미술에 대한 열정으로 뒷받침되어 있어서 나를 더 끌어당겼던 것 같다. 특히 샤갈에 대한 글을 읽을 때 작가의 뜨거운 가슴이 느껴져서 나도 함께 뭉클했었다. 그동안 무심결에 보던 샤갈의 나와 마을이라는 작품을 보면서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대가들의 작품 중에는 투박하다고 느껴지는 그림들(예를 들면 세잔의 그림이 그렇다)도 많은데 이 그림은 기교적인 면에서도 세련되게 느껴졌다.

 

▲ 그동안 무심결에 보던 샤갈의 ‘나와 마을’이라는 작품을 보면서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그들이 삶을 던져 그린 그림을 통해서 나는 선과 색과 구도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그림으로 동시대인들의 부패를 고발하기도 하고 발레리나 그림을 통해 하층민들의 삶의 애환을 보여주려는 드가와 같은 작가를 통해...(칼럼 내용 중)     © 남정현 기자

 

 

그리고 이 책이 재미있는 마지막 이유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그 보편적 진리 때문이다. 예전에 미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지인 가족들과 경복궁 해설 관람을 한 적이 있었다. 해설 관람은 난생 처음이었다. 그런데 그 날 경복궁을 새롭게 볼 수 있었던 신선한 경험 때문에 그 이후로 나와 남편은 식물원이든 어디든 가더라도 시간만 맞으면 해설 관람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19세기부터 20세기 전반까지의 대표적인 서양미술을 해설 관람할 수 있었다. 해설을 통해 그동안 이름만 알고 있었던 화가들의 그림세계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니 그들의 그림이 더 재미있어졌다. 예를 들면 여전히 가슴에 와 닿지 않은 화풍이지만(물론 게르니카같은 작품의 컨셉은 존경한다) 피카소의 입체주의가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니 피카소의 그림에 더 흥미가 생겼다.

 

삶의 고난이 모든 사람들을 성장시키는 것은 아니다. 많은 이들이 고난 속에서 폐인이 되거나 체념의 기술을 발전시켜나간다. 그런데 이 책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화가들이 화가라는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만의 그림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고통의 시간을 이겨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이 삶을 던져 그린 그림을 통해서 나는 선과 색과 구도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그림으로 동시대인들의 부패를 고발하기도 하고 발레리나 그림을 통해 하층민들의 삶의 애환을 보여주려는 드가와 같은 작가를 통해 미술의 또 다른 가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름다움을 접하면 더욱더 커지는 것은 아름다운 삶에 대한 갈망이다. 내게 아름다운 삶이란 나를 이기는 삶이다. 머리 쓰는 일에 비해 몸을 쓰는 일에 더딘 나는 몸이 둔한만큼 의지력이 약하다. 아름다운 것들이 주는 힘으로 오늘 하루 무사안일과 요행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를 그래서 오늘 밤에는 행복하게 잠자리에 들 수 있기를 바래본다.

 

▲ ‘방구석 미술관’(조원재)/ 삶의 고난이 모든 사람들을 성장시키는 것은 아니다. 많은 이들이 고난 속에서 폐인이 되거나 체념의 기술을 발전시켜나간다. 그런데 이 책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화가들이 화가라는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만의 그림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고통의 시간을 이겨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칼럼 내용 중)     © 남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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