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정의 참cafe] 2월의 결혼식

신랑은 빨간 코사지를 가슴에 달고 신부는 빨간 부케를 들었다

김세정 기자 | 기사입력 2020/03/01 [08:38]

[김세정의 참cafe] 2월의 결혼식

신랑은 빨간 코사지를 가슴에 달고 신부는 빨간 부케를 들었다

김세정 기자 | 입력 : 2020/03/01 [08:38]

▲ 오른손을 높이 들고 혼인서약 및 성혼선언을 마치고 예물을 주고 받는 모습  © 김세정 기자

 

2월의 결혼식

 

오늘 아름다운 예식을 위해 양가 모친께서 화촉점화를 해 주시겠습니다.” 잔잔하고 부드러운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결혼식 진행자의 씩씩한 음성이 웨딩홀에 울려 퍼졌다. 맑은 향기가 나는 베이지색 꽃들로 꽃길을 장식해 실내가 화사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형제들이 원형테이블에 둘러앉아 오순도순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며 식장의 열기를 채웠다. 문밖에서 겉옷을 벗어들고 서성거리던 사람들도 실내로 들어와 빈자리에 앉았다.

 

갑자기 소나기같이 스포트라이트가 우리 두 사람 머리 위로 쏟아졌다. 신부 어머니와 나는 손을 맞잡고 심호흡을 하며 예식 무대를 향해 서 있었다. 눈부신 조명은 기품있는 한복의 넓은 치마폭을 흔들며 우아하게 빛을 발산했다. 다소곳이 쪽을 찐 머리 뒤에 뒤꽂이를 꽂고 매화꽃 모양의 진주 귀걸이를 걸고 색색의 노리개를 달아 곱게 단장한 모습이다. 특히 저고리 깃 위의 하얀 동정과 옷고름의 단아한 곡선은 입는 사람의 행동까지 아름답게 연출시켜 줬다.

 

중앙홀을 따라 자분자분 걸으며 어린아이가 벌써 이렇게 성장해 오늘 신랑이라는 이름으로 그의 아름다운 신부와 서약을 하는 날이구나하는 실감이 났다. 진정한 어머니가 된 느낌이 들어 겸허해지기도 하고 왠지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했다. 자식을 키운 어머니로 불리는 자리이기도 했다. 정성스럽게 손을 모아 청색 초에 불을 붙이고, 신부 어머니는 홍색 초에 불을 붙여 화촉점화를 완성했다.

 

아들은 감청색 예복에 반짝거리는 숄 칼라와 빨간색 코사지를 가슴에 달고 활기차게 입장했다. 양손을 흔들며 하객들에게 인사하면서 걷다가 중간 지점에서는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잠깐 추기도 했다.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졌고 허물없는 친구들은 휘파람을 휘휘~ 불며 화답했다.

 

이어서 결혼행진곡이 흐르자 하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입가에 미소를 잔뜩 머금고 빨간 부케를 들고 있는 신부에게 집중했다. 결혼식의 하이라이트이다. 아버지 손을 잡고 한걸음 씩 걸어오는 신부는 순백의 면사포를 쓰고 작은 움직임에도 금빛 광채가 나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입장했다. 여기저기서 휴대폰을 높이 들고 줌을 이용해 촬영하기 시작했다.

 

신랑 신부가 부모님께 인사하는 시간이 되자 신부의 부모님 앞으로 먼저 가서 곱게 큰절을 올렸다. 그리고 신랑 측 혼주석으로 왔다. 웃으면서 축복해 주려 미리 준비한 말들이 있었지만, 아들과 눈을 마주할 때 그동안 참았던 감정은 무너졌다. 듬직한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 주며 잘 살아라, 행복해라, 이쁘게 살아라하며 눈물로 응원을 대신했다.

 

뒷걸음으로 자리에 앉는 그 짧은 순간에 내가 너의 손을 너무 꼭 잡고 있었구나하며 마음속으로 사과를 했다. 빠른 행진곡에 맞춰 가볍게 손을 흔들며 떠나보낼 수 있는 무게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신혼부부는 뜨거운 여름 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 가방에는 물놀이할 수 있는 가벼운 옷과 컵라면을 챙겨 신나서 갔다. 아이들이 돌아오는 날에는 며늘아기가 좋아하는 딸기를 준비해 서툰 사랑의 색채를 더해보리라.

 

▲ 화촉점화를 한 후 신부 어머니와 손을 맞잡고 하객들께 인사하는 시간이다.  © 김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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