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경 변호사의 어바웃 로6] 法은 멀고 ‘1인 시위’는 가깝다: 사법실패의 증거

남정현 기자 | 기사입력 2020/08/14 [16:50]

[박원경 변호사의 어바웃 로6] 法은 멀고 ‘1인 시위’는 가깝다: 사법실패의 증거

남정현 기자 | 입력 : 2020/08/14 [16:50]

 

<은 멀고 ‘1인 시위는 가깝다 : 사법실패의 증거>

 

▲ 변호사/변리사 박원경 (법무법인 천명) 

 

 

거리에서 홀로 시위하는 사람들

 

어느 병원이나 회사 앞에서 홀로 피켓을 들고 목청 높여 시위하는 사람을 본 적 있을 것이다. ‘1인 시위의 전형적인 모습니다. 흔히들 ‘1인 시위는 아무런 법적 규제가 없으므로 어떤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던, 무슨 말을 하던 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어떤 법률적 불만이 있을 경우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상대방의 회사나 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합법적 시위의 범죄성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에서 시위2인 이상의 사람을 전제로 하기에 1인 시위는 집시법상 시위가 아니다. 따라서 사전 신고와 같은 절차도 필요 없다. 하지만 어떠한 내용과 방식의 1인 시위도 허용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물론 국가의 정책이나 실정에 대해 항의하는 1인 시위는 공익적인 성격을 가지기에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기 어렵고 실제 고소, 고발도 거의 되지 않는다. 하지만 개인이나 회사를 상대로 한 1인 시위는 대부분 명예훼손죄,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 밖에 없다. 상대방과 그 사람의 악행을 말하지 않고 어떻게 1인 시위를 할 수 있겠는가?

 

예를 들어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증상이 더 악화된 경우 의료과실에 의한 의료사고를 주장하면서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경우가 있다. 또는 부당한 해고를 당하거나 임금이 체불되어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경우도 있다.

 

1인 시위를 하면서 피켓에 상대방의 잘못을 적거나 목소리를 높여 상대방에 대해 말을 하는 경우 명예훼손은 피할 수 없다. 허위사실이 아니라 사실을 이야기해도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고, 일개 개인을 상대로 한 발언이므로 공익성이 인정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발언의 내용 중 일부가 왜곡의 소지가 있을 경우 더욱 명예훼손과 업무방해죄에 해당하기 쉬워진다.

 

불법적 1인 시위를 감수하는 이유

 

그렇다면 형사 처벌을 감수하면서 왜 1인 시위를 하는 걸까? 무엇보다 합법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 외에도 앞선 사례에서 의료과실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민사소송이나 최소한 의료분쟁조정신청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당사자가 느끼기에 막연하고 어렵게 느껴진다. 또한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소송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1인 시위라는 강력하고 효과적인 수단을 선택하는지도 모르겠다.

 

1인 시위를 당하는 심정

 

1인 시위를 당하는 입장에서도 억울하고 답답하긴 매한가지다. 병원에서는 의료과실을 쉽사리 인정할 수도 없고, 재판을 해보면 승소할 수도 있으므로 과실을 인정하고 배상을 하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만일 곧바로 의료과실에 대해 판단 받을 방법이 있다면 배상을 미루거나 거부할 이유는 전혀 없다. 배상이 지연될수록 지연배상금이 눈덩이처럼 커지기 때문이다.

 

병원 앞에서 의료사고를 이야기하며 1인 시위를 할 경우 의사 개인의 명예실추뿐만 아니라 병원 영업에도 막대한 피해를 받게 될 수 밖에 없다. 막상 경찰에 신고를 해도 집시법상 시위가 아니므로 제한이 없고, 시위장소도 사유지인 병원이 아니라 그 앞 인도이므로 제재할 수가 없다. 1인 시위자의 피켓이나 발언내용에 대해서는 수사와 재판을 통해 허위 및 업무방해 여부를 가려야 하는데, 출동한 경찰이 그 자리에서 판단하고 제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1인 시위에 대한 법적 제재조치

 

결국 변호사로서 1인 시위로 피해를 받는다며 의뢰받으면 일단 형사고소를 하고, 1인 시위자로 하여금 어떠어떠한 내용의 피켓을 들고 병원 앞 100미터 내에서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민사가처분 결정을 받는 절차를 밟는다.

 

민사소송이긴 하나 가처분 절차로서 형사절차보다는 훨씬 빠르게 2-3주면 결정을 받을 수 있다. 위 결정에 위반하여 1인 시위를 계속한다면 매회 50~100만원의 배상금이 발생하여 사실상 1인 시위를 금지시키는 효과도 크다.

 

또한 가처분 절차에 1인 시위자도 답변서를 내거나 출석하여 변론해야 하므로 최소한 그 과정에서 1인 시위를 막을 수 있는 간접적 효과도 있다.

 

 

법은 멀고 1인 시위는 가까운 현실

 

법에서는 자신의 권리가 침해받은 경우 합법적인 권리구제 절차를 마련해 놓고 있다. 그런데 구제절차가 어렵거나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면 권리구제를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찾게 된다. 그 방법이 ‘1인 시위아닐까?

 

헌법 제27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얼마나 신속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하위 법령에서도 구체적으로 정한 바가 없다. 재판의 신속성은 이렇게 허망해지게 된다. 피해를 당했다며 1인 시위를 하는 입장에서는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 인정받지 못하니 감정적 호소라도 받고 싶어 1인 시위를 결심하는 경우도 꽤 많이 있다.

 

▲ 법에서는 자신의 권리가 침해받은 경우 합법적인 권리구제 절차를 마련해 놓고 있다. 그런데 구제절차가 어렵거나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면 권리구제를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찾게 된다. 그 방법이 ‘1인 시위’ 아닐까? (칼럼내용 중)  © photo by Pixabay.com


형사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1인 시위를 선택하는 절박함은 우리 사법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기에 변호사로서 늘 안타깝다.

 

 

박원경 변호사

 

- () 법무법인 천명 대표변호사

 

 

- 형사법 전문변호사

 

- ()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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