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양의 북다이어리 18]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어머니를 위하는 길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창작과비평)

남정현 기자 | 기사입력 2020/08/26 [16:48]

[최미양의 북다이어리 18]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어머니를 위하는 길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창작과비평)

남정현 기자 | 입력 : 2020/08/26 [16:48]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어머니를 위하는 길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창작과비평)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는 어머니의 삶이 불쌍해서 울었다. 그런데 이 책을 거의 다 읽어갈 무렵에는 어머니께 너무나도 죄송해서 울었다.

 

언젠가부터 나는 어머니께 항상 죄송했다. 대학진학을 위해 어머니 곁을 떠나온 후 나는 그저 내 앞가림한다고 어머니의 삶에 대해서는 참으로 무심했다. 사실 어머니 곁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저 어머니의 서비스를 누리는 여왕 같은 딸이었다. 내게 바라는 것은 얼굴 한 번 보여주는 것인데 방학 때 길어야 일주일 정도 머물다가는 서울로 와버리고 어머니가 나를 보고 싶어 하신다는 소리를 듣고도 병상에 누우실 때까지 고향방문을 미루는 자기중심적인 딸이었다.

 

허약한 어머니는 무심한 남편, 무심한 자식들을 먼저 챙기시느라 당신 몸을 돌볼 겨를 없이 사시면서 병약하게 늙어가셨다. 여자 형제도 없고 외할머니 역시 딸에게는 유난히 무심하셨으니 어머니는 위로해주는 사람 하나 없이 무척 외로우셨을 것이다.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무심함은 정도 차이는 있지만 그것은 지구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심리적인 현상이다. ‘엄마를 부탁해의 저자 신경숙은 엄마를 잃어버린다는 충격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그 무심함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일깨워준다. 우리가 어머니의 사랑을 얼마나 당연시하고 있는지, 어머니도 자신의 삶이 필요하고 위로가 필요하고 쉼이 필요한 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던 것에 대해 뼈아프게 반성하게 만든다.

 

엄마를 부탁해는 어머니가 있는 모든 분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의 엄마38년생이다. 누군가에게는 어머니 연령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할머니뻘이다. 그러나 시대와 공간을 넘어서는 소설의 보편성에 누구나 크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해외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을 것이다.

 

신경숙도 작가의 말에서 이야기한다. 어머니와 한 방에 누워 충만한 행복을 느끼면서 다른 사람들도 이러한 행복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녀는 아주 유려한 글 솜씨로 어머니라는 존재가 우리의 행복의 기둥임을 상기시킨다. 더 늦기 전에 우리가 우리의 어머니와 가까이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머니 역할에 묻혀서 무색무취일 것 같은 이 책의 어머니는 자신만의 취향을 보여주신다. 문에 창호지를 바를 때 단풍나무 잎을 넣고 아들이 처음 장만한 집 담장 아래에 장미 묘목을 사다가 심으신다. 그 모습에 나는 다시 한 번 우리 어머니를 떠올렸다. 어머니는 꽃을 좋아하시고 아름다운 자연에 감동하시는 분이셨는데 나는 어머니 살아생전에 카네이션 밖에 못 사드리고 멋진 자연이 있는 곳에 한 번 모시고 가지 못했다.

 

죄스럽게 생각하는 것 말고 어머니를 위하는 더 의미 있는 일이 있는지 생각해본다. 그동안 나는 마음속으로 어떤 결핍을 느끼고 있었다. 어머니는 당신의 삶이 없이 자식을 키우셨는데 자식이 그런 심리상태로 살고 있다는 것을 아시면 얼마나 원통하실까? 삶이 늘 화창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결핍감은 없어야 할 것이다. 어머니의 자식으로서 넉넉한 마음을 가진 괜찮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마음의 도약을 해야 할 것 같다.

 

그 도약을 위해 나는 또 좋은 책들을 펼쳐들 것이다. 좋은 책들이 그런 도약을 위한 확실한 받침대임을 믿기 때문이다.

 

▲ 맥문동  © 남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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