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빈, 어느 연출가의 노트8] 연극 만들기/연극 보기의 정치학

연극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남정현 기자 | 기사입력 2020/09/14 [15:14]

[임선빈, 어느 연출가의 노트8] 연극 만들기/연극 보기의 정치학

연극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남정현 기자 | 입력 : 2020/09/14 [15:14]

 

연극 만들기/연극 보기의 정치학

- 연극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 연극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  © 남정현 기자

 

초기 페미니즘이 이야기했듯이 모든 사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 라는 출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그러나 이 글은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연극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라는 질문을 받게 되면, 나는 질문한 사람에게 다시 되묻는다. “어떤 연극을 보셨어요?”, “? 학생 때 데이트하면서 연극 보고 21세기 들어서는 아직 한 편도 못 봤습니다.”, “, 그렇다면 저와 함께 지금 대학로 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들 중에 한 편을 골라서 보고 나서 얘기를 해볼까요?”

 

답은 항상 언제나 동일하다. (머리를 긁적이며) “시간이 없어서... 언제 공연하게 되면 초대’(!) 해 주시면 시간 한번 내 볼게요.”

 

사실 나는 이 질문을 상당히 자주 받기 때문에 대부분 대답도 잘 안한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잘 모르는 사람 이름을 말하면서 내가 아는 사람이냐고 묻는다. 대학로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는 자신의 사돈의 팔촌의 친구의 엄마의 딸의 조카 정도 되는 사람인데 혹시 알고 있냐는 말이다.

 

연극을 직업으로 갖고 대학로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매일 3천 명 정도 된다. 실제 서울에서 연극인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개략적으로 만 명 정도 된다고 한다. 내가 만 명의 연극인을 다 알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닌가?

 

연극을 보는 관객은 연극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 중에 하나가 바로 자신들인 관객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넘쳐나는 정보로 매우 짧은 시간을 투자하면 굳이 나에게 연극이 어떻게 만들어지며 혹은 아무개라는 배우를 아느냐 라고 질문을 하지 않아도 될 터이다. 그렇게라도 하면서 관객들은 연극에 대해 몰랐던 정보를 습득한다. 이것은 인식의 영역이 확장된 것이지 인식 자체가 변화하고 진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지점이 바로 정치적 지점이다. 그리고 나의 사적인 모든 연극적 비연극적 경험들마저도 이 정치의 문제에서는 자유로워지기 어렵다. 연극을 만드는 우리와 연극을 봐줘야 하는 그들은 인식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나는 이 지면을 통해서라도 불편함을 토로할 수밖에 없다.

 

여기 한 편의 연극이 있다.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은 루이지 피란델로의 원작을 김승철 연출이 재구성하여 공연했다. 제작은 창작공동체 아르케가 맡았다.

 

연극은 우리(연극인)가 익히 보아왔던 분위기의 미래창조(극중 극단 이름이지만 정치적이지 않는가?)극단의 소극장 연습실에서 공연화가 불분명한 현실 속에서 작품 연습을 하면서도 파이팅이 넘친다.

 

작품 내용처럼 우리의 미래는 결정되어 있을 수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번 연극 만드는 사람들은 미래를 창조할 수 있다고 믿는가 보다. 이 순진한 사람들은 작품의 대중성과 예술성을 창작하여 극단사업의 레퍼토리 공연으로 만들어보자는 것인데, 그들의 목표는 현재 우리 사회의 공통 이슈를 잘 해석해 놓는 것이다.

 

▲ 여기 한 편의 연극이 있다.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은 루이지 피란델로의 원작을 김승철 연출이 재구성하여 공연했다. 제작은 창작공동체 아르케가 맡았다.   © 남정현 기자

 

연습실(소극장)에 모인 미래창조 극단원들 앞에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6명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을 현실적 연극으로 만들어 줄 작가를 찾는다며 무작정 극장 안으로 쳐들어온다.

 

여기서 이 작품의 관극하는 태도가 다른 연극을 관극하는 태도와 달라진다. 막상 무대에서 등장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배우들은 자신들의 실제 삶이라고 주장하는 6명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기위해 무대를 내주고 배우는 관객이 되고 갑자기 나타난 6인의 등장인물이 배우가 되는 역설이 일어난다.

 

정보화 된 인간 사회에서 인간의 진실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타인과 독립된 개체로 삶을 영위하지만 오롯이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한다. -

 

 

타인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을 통해 나를 평가하고, 공동체 조직 곳곳에 적재된 기록들을 통해 나는 규정된다. 인간은 기록되고 평가됨으로써 공동체 구성원으로 실존하게 된다. “과연 그 기록과 평가는 진정한 나인가?”라는 의문에 고민하면서 원작을 재구성한다

 

연출한 김승철 연출가는 끊임없이 공연 내내 관객을 불편하게 하면서 질문을 해온다. 평범한 6명의 등장인물이 자신들의 이야기로 연극을 만들어 달라는 협박을 한다. 이 등장인물은 무대에서 연기를 해야 하는 진짜 배우를 관객이 되게 하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스스로 재연한다. 진짜 배우는 무대애서 실존하지 못하고 무대 밖에 존재해야 하는 사람들이 배우의 역할을 연기하며 실제로 일어난 자신들의 삶이라고 주장한다.

 

우리의 죽음마저도 타살이 되는 것이고, 우리의 작은 삶마저도 정치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 연극은 자연스레 관객을 무대 위와 밖에 실재하는 배우들과 같이 재연하는 자들을 지켜보게 함으로써 관객은 관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착각을 하게 한다. 무엇보다 이 연극을 보고나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연극은 어떻게 만드는 것인가요?”라는 질문을 안 할지도 모르겠다.

 

연극을 만드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연극을 보는 관객의 어정쩡한 상태인 나 또한 이 질문에서 한 발짝도 벗어날 수가 없다. ”그 많다는 자유는 다 어디로 갔을까? 우리는 진정 자유롭게 우리 자신의 온전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불행히도 자유도 정치다.

 

 

 

임선빈

연극연출가/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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