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양의 북다이어리 20] 발도르프 교육 이해하기: 자녀에게 좋은 삶을 선물하려면

‘발도르프 교육 이해하기’(잭 페트라시, 무지개다리너머)

남정현 기자 | 기사입력 2020/10/13 [14:20]

[최미양의 북다이어리 20] 발도르프 교육 이해하기: 자녀에게 좋은 삶을 선물하려면

‘발도르프 교육 이해하기’(잭 페트라시, 무지개다리너머)

남정현 기자 | 입력 : 2020/10/13 [14:20]

 

발도르프 교육 이해하기: 자녀에게 좋은 삶을 선물하려면

 

▲ 발도르프 교육 이해하기 

 

문과 출신인 아들이 취업준비를 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경쟁이 심한지 실감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내가 아들을 더 잘 키웠더라면, 내가 지혜로운 부모였더라면 지금 아들이 덜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 다시 자녀를 키우라고 하면 나는 아이들에게 책 읽는 습관과 스포츠를 즐기는 법, 사람들과 어울려 잘 노는 법을 강조하며 키울 것 같다. 공부는 안 해도 좋고 성적은 밑바닥이라도 좋다.

 

깨달음은 왜 이렇게 항상 늦게 오는 것일까? 혼자서는 깨닫기 어려우니 교육을 통해서 알게 하면 어떨까? ‘발도르프 교육 이해하기는 교육을 통해서 삶의 지혜를 어려서부터 체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주었다.

 

소박한 겉표지와는 달리 책의 내용은 정말 풍성했다. 이제야 어렴풋이 윤곽이 보이는듯하던 것을 이 책은 분명하게 그 윤곽을 보여주었다. 그 중 자녀 교육에 대해 확실해진 윤곽은 앞서 언급한 것이다.

 

아이들을 가능한 한 많이 놀면서 크게 하고 싶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운이 좋아 내가 시어머니가 되었을 때 맞이하게 되는 며느리는 어쩌면 나를 손자들 근처에도 못 가게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이 놀고 많이 경험한 아이들이 자신이 무엇을 하며 살지 잘 파악할 것이고 자신이 선택한 것에 확신을 가지고 열정을 쏟아 부을 것이다.

 

내가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은 그저 낭만적이 생각이 아니다. 기초가 튼튼해야 집을 크게 지어도 끄떡없지 않는가? 아이들은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그 기초를 잘 닦아야 한다. 몸으로 해보고 또래들과 부딪치며 몸과 마음이 땀으로 흠뻑 젖어 봐야한다. 소위 인공지능과 맞서야할 미래를 위해 더더욱 그렇다. 이 책이 말하는 바를 옮겨보면 이렇다.

 

우리 학생들이 미래에 물려받게 될 예측 불가능한 세상에 대비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완전히 깨어 있는 상태에서 통찰이 날카로운 관찰 능력이 우리 학생들이 미래에 필요한 능력일 것이다. 개개의 사람들, 사건들, 자연 세계를 보다 완전하게 관찰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면, 아이의 지성과 관심 역시 활기차게 발달할 것이기 때문이다.

 

책상 앞에만 앉아 있어서는, 인터넷 속 세상을 떠돌기만 해서는 완전히 깨어있는 상태가 되기는 힘들 것이다.

 

발도르프 교육은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라는 오스트리아 철학자가 고안한 것이라고 한다. 그의 철학은 인간이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다고 생각하는 철학이다. 그에 따르면 아이들은 내면에 세 가지 근본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지적, 정서적, 육체적 활동을 해나가도록 추진하는 힘이다. 그래서 발도르프 교육의 키워드를 머리, 가슴, 이라고 표현하면서 이 책은 일관되게 이 키워드를 언급하고 있다.

 

발도르프 교육은 아이들이 이 세 가지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교육 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머리를 쉽게 풀이하면 상상력이 풍부한 사고이며, 가슴은 감정적으로 참여하는 능력이며, “의지를 발휘해서 단호한 결정을 내리는 능력이라고 한다. 번역인 것을 감안하여 두 번째 능력을 부연설명하면 정서적으로 반응을 잘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되는 것이다.(여기에서 참여하는은 영어로 involved였을 것 같다.) 다시 말해서 이것은 공감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것은 의도한 것들을 수행하는 능력과 마음에 떠오른 것들을 행하는 능력은 결심, 훈련, 목적의식을 필요로 한다.”는 구절이 우리의 이해를 도와준다. 행동력을 위해 먼저 확고한 의지를 길러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발도르프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 세 가지를 고루 발달시키는 데 한결같은 마음으로 노력한다. 그래서 발도르프 학교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더 가깝게 지낼 수 있는 작은 학교를 지향하며 1학년부터 8학년까지 계속해서 같은 선생님이 맡아서 가르친다.

 

이렇게 중요한 담임 선생님을 맞이하는 의식 또한 아주 진지하고 거대하게 치른다. 전교생이 모인 강당에서 새로 입학한 1학년들은(한 반 정도 되는 것 같다) 모두 저마다 꽃 한 송이를 준비해서 한 명씩 선생님께 다가가 꽃을 드린다. 장미, 데이지, 백합 등 다양한 꽃들이 단상에 놓인 꽃병에 하나씩 꽂힌다. 정말 멋지고 의미 있는 의식이 아닐 수 없다.(나는 이제는 어른인 나의 학생들에게 꽃 사진이나 컴퓨터로 그린 꽃을 내게 선물하라고 한 번 강요(?) 해보아야겠다.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

 

8년 동안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절대 제 연령대를 넘어서서 배우게 하지 않는다. 자신의 연령에 맞는 것을 배우면서 천천히 영글어가게 한다. 그리고 놀이를 아주 강조한다. 하지만 놀기만 하지 않는다. 일도 중요하게 여긴다. 유치원 아이들도 선생님과 함께 빵을 굽고 비누나 버터를 만들고 손빨래도 한다. 이러한 삶의 가치는 부모들에게도 연장된다.

 

또한 그들은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아주 창의적인 방법을 찾는다. 예를 들면 N이라는 알파벳을 가르치기 위하여 N을 시끄러운 님미(Noisy Nimmy)라고 이름 붙이고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 이야기해준다. 이 님미가 숲에 갔다가 왕 K를 만났는데 너무 시끄러워 왕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Know, Knight, Knife에서 K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식으로 이야기해준다. 정말 아이들이 귀를 쫑긋하며 들을 게 뻔하다.

 

가슴에 양분이 되어 결국 머리의 윤활유가 되는 예술교육을 중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고등학교만 가면 수능준비로 교육과정이 집중되는 것을 반성해볼 일이다. 균형 잡힌 교육을 위해서 부모들이 먼저 나설 수도 있을 것이다. 한 선배는 미국으로 교환교수를 다녀온 후 미국에서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친 딸이 야간 자율학습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학교에 찾아가 담임 선생님과 담판을 지어 딸은 야간 자율학습을 안했다고 한다. 지엽적인 예일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는 부모들이 많아지면 학교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시류를 쫓다보면 자신의 목소리조차 갖기 어렵다. 우리사회를 끌고 가는 지나친 경쟁심에는 우리의 두려움이 깔려있다. 이 경쟁에서 지면 나는 불행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아무 생각 없이 경쟁에 이기는 것에만 몰두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그 길만이 행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른 길도 많고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가면 될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먼저 보내고 천천히 그 뒤를 따라가도 되지 않을까?

 

자신만의 생각들로 무장하려면 부모인 우리도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 발도르프 학교에 아이들을 보낸 부모들을 한 번 보자. 수업시간에 산만하고 숙제도 잘 안 해오고 심지어 수업을 방해하는 아이의 부모가 앞에 앉아있는 담임 선생님께 이렇게 말했다. 알고 있다는 한숨 섞인 대답 끝에 눈을 반짝이며 그렇긴 하지만, 그 애는 활기차고 생기 넘치는 아이이지 않나요?”라고.

 

아이들 안에 있는 좋은 점을 알아보고 학업만 가지고 아이들의 가치를 판단하지 않는 지혜로운 부모. 그것이 우리가 한번 닮아보고 싶은 모습이 아닐까? 그런 부모를 닮기 위한 첫발걸음이 이 책을 읽는 것일 것이다. 내 아이들이 이미 다 컸으면 어떤가? 나의 앎이 유권자로서 교육계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 이제라도 남은 인생을 머리, 가슴, 의 균형을 위해 노력하면서 지낼 수도 있지 않는가?

 

칼럼니스트 최미양 숭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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