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양의 북다이어리 22] ‘비거닝’을 읽고: 멋진 채식주의자들

남정현 기자 | 기사입력 2021/12/30 [15:50]

[최미양의 북다이어리 22] ‘비거닝’을 읽고: 멋진 채식주의자들

남정현 기자 | 입력 : 2021/12/30 [15:50]

 

 ‘비거닝을 읽고: 멋진 채식주의자들

 

비거닝: 채식에 기웃거리는 당신에게’(이라영 외, 동녘)

 

▲ 최미양 숭실대 교수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꼭두새벽에 잠이 깰 때가 있다. 오늘 아침에 그랬다. 그렇게 일어나면 넘치는 시간 앞에서 잠시 멍해진다. 그러나 오늘 아침에는 그렇지 않았다. 어제부터 재미있게 읽던 책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비거닝은 채식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데 채식에 관심이 없더라도 즐길 수 있는 책이다. 10명의 저자들이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각자의 특색 있는 밥상을 차려내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양한 음식을 먹으면서 미각은 물론 영양까지 챙기는 기분으로 이 책을 읽게 된다.

 

그런데 그 밥상에 정성이 가득해서 먼저 마음부터 풍성해진다면 어떨까? 저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동물의 생명권과 지구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참으로 진지했다. 나는 건강에 도움을 받을 생각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저자들은 동물과 지구를 먼저 생각하고 있었다. 동물과 지구를 위해서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었고 나아가서 우리 삶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그들의 진정성 넘치는 태도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비인간 동물과 식물, 그리고 지구를 착취할 특권이 인간에게 없음을 깨닫는 것만큼, 채식을 할 수 있는 특권에 대한 성찰을 우리가 함께 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가 그 특권을 감각하지 못할 때, 타인과의 연결성을 유실하는 오류를 겪는다. 특권을 깨닫고, 나의 특권을 우리의 특권으로 확장시킬 때 차별과 착취가 사라지는 세상에 가까워진다. 채식은 정답이 없다. 각자 창조적 방식으로 채식을 실천하고, 그 과정이 인류의 한 명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과정이길 바란다.   (160-161, 조한진희)

 

나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라는 영화를 보고서야 공장식 축산에 대해서 알게 되었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가 먹는 고기를 위해서 가축들이 어떻게 길러지고 도축되는지 모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현대의 축산업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애초에 야생동물들을 가축화 한 것 자체에 대해 성찰한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감정이 있고 지능이 있는 동물들이 느끼는 고통을 이야기하고 그들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식물은 생명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 적어도 식물은 동물과 같은 신경계는 없다고 알려준다. ‘호모 사피엔스에서 인류의 미래에 과학기술이 더 발달하여 인간이 더 유능한 사이보그가 되었을 때, 그에 비해 무능한 진짜 사람들은 사이보그들에 의해 지금의 가축과 같은 취급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유발 하라리의 말이 생각난다.

 

이 지구를 위해서도 동물이 해방되어야 한다고 한다. 이 지구는 생물이 다양해야 건강하게 유지되는데 이 지구에는 야생동물에 비해 가축이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고 한다. 전체 포유류에서 인간이 34%, 가축이 62%를 차지하는 불균형 상태이다. 그리고 가축을 기르기 위한 초지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양의 나무가 베어지고 있으며, 그 가축들은 또 트림과 방귀와 분뇨로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다. 소고기 단백질 1kg을 얻기 위해서는 643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있다고 한다.

 

동물도 가엾고 지구도 걱정되지만 고기 먹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채식으로 어떻게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지 걱정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말한다. 완전한 채식이 어려우면 고기 섭취를 줄이고 일주일에 어느 하루라도 날을 정해서 고기를 먹지 말라고 권한다. 재치가 넘치는 박규리 작가는 일주일에 하루만 채식하기 위해서 친구 6명을 모아서 일주일에 채식하는 요일을 하루씩 맡아서 채식하기로 한다. 그러면 자신이 일주일 내내 채식한 것과 같은 결과이므로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다양한 채식 방식이 나와 있다. 고기는 먹지 않고 어류는 먹는 소위 프레스코 베지테리언, 달걀과 우유는 먹는 채식, 달걀만 먹는 채식, 우유만 먹는 채식 등 다양한 채식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유연하게 채식하는 플렉시테리언까지 있다. 단백질 섭취와 관련하여 의사인 이의철 작가는 단백질은 식물성 단백질만 먹어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심지어 콩이나 두부를 일부러 챙겨먹지 않아도 현미, 감자, 옥수수와 같이 건강한 탄수화물도 단백질 공급원이 될 수 있다고 알려준다. 여러 선택지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알아보는 것은 개인의 몫이 될 것이다.

 

이의철 작가가 언급했듯이 이제 우리도 일상에서 비건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박규리 작가의 정보에 의하면 영국은 벌써 3년 전부터 비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 비건 식당이 많이 늘어났고 인기 있는 비건 식당은 예약 없이는 입장이 어렵다고 한다. 유럽 전체적으로도 벌써 채식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뜨겁다고 하니 머지않아 그 열기가 우리나라까지 전파될 것 같다. 코로나라는 장막이 걷히면 무리 없이 그 열기가 도달할 것이다.

 

끝으로 이 책을 기획한 편집자에게 감사하고 싶다. 매력적인 작가들을 한 곳에 모아주어 한꺼번에 멋진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나온 작가들의 다른 책을 찾아 읽고 싶어졌다. 그들을 더 알고 싶고 그들의 통통 튀는 글 솜씨를 더 맛보고 싶다. 그들의 글을 더 읽다 보면 나도 그들처럼 생명감수성이나 환경감수성이 높아질지도 모르겠다. 이들을 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다른 이에게 전파하고 싶거든 먼저 자신을 매력적인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오랜 진리를 실감한다. 자신의 생각이 분명하고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이 책의 멋진 작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 비거닝 : 채식에 기웃거리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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