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아, 2kg 더 빼자
모델 이윤석을 제대로 알게 된 것은 내가 야당동으로 이사 오면서부터다. 시원시원하게 큰 키에 눈 코 입 모두 선명하다. 게다가 풍성한 그의 머리칼은 애쉬그레이로 물들여 발랄함이 돋보인다. 바람 부는 날에는 마치 플로리다의 야자수같이 흘러내린 앞머리를 짓궂게 쓸어 올리는 버릇이 있다.
나는 그를 미스터 야구맨이라고 부른다. 그의 일정표에는 야구경기와 야구연습장 가는 일정으로 빽빽하다. 연예인야구단부터 네댓 개의 야구단에 입단해 있고, 본인이 야구 감독으로도 활동한다. 그가 집념을 가지고 외치는 말은 ‘연습’ ‘연습’ ‘연습’이다. 피칭연습, 배팅연습, 달리기, 체력단련 등 일주일의 6일을 야구장에서 저녁 시간을 보낸다.
취미로 하는 운동을 그렇게 격렬히 하는 모습을 보면 가끔 발레리나 강수진씨가 떠오른다. 토슈즈를 신고 발끝으로 서서 춤을 추는 그녀의 아름다운 작품 뒤에는 우리가 잘 몰랐던 그녀의 성치 않은 두 발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무대가 더 감동적이었던 것 같다. 어쩌면 이윤석의 손도 그와 비슷한 상황인 듯하다. 어느 날 그가 야구공을 가져와 던지는 자세를 취하며 “야구공의 실밥을 강하게 찍듯이 손톱과 손가락 부분에 힘을 주어 던져야 한다”라며 실제 연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렇게 무한 반복으로 생긴 그의 손끝 굳은살은 날카로운 것에 찔려도 아프지 않다고 자랑했다.
최근 그는 운동하면서 한 영화감독으로부터 기분 좋은 제안을 하나 받았다고 한다. 무뚝뚝한 감독님은 갑자기 작품을 같이 해보자면서 “윤석아, 2kg 더 빼자”라고 했단다. 그는 이미 윤석의 스틸 사진을 여러 장 받아 갔다고 한다. 그 날부터 윤석은 식단을 조절하고 세심한 운동을 하며 사용하는 화장품의 종류가 두 배나 늘었다고 한다. 얼핏 봐도 여성들이 쓰는 화장품의 수보다 많아 보인다. 평소에는 개구쟁이처럼 행동하며 입담도 좋아 주변 사람들을 재밌게 해준다. 얼마 전에 방종한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동석역으로 나온 이병헌이 장터에서 꽃무늬 몸빼바지를 파는 장면이 있는데, 윤석은 그것을 아주 실감 나게 흉내 냈다. 이럴 때 그의 똘끼는 제대로 발휘한다.
이윤석이 자세를 고쳐 앉으며 패션디자이너 故앙드레김 선생님과 작품을 할 때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모델들이 각자 정해진 앙드레김의 우아한 옷을 입고 리허설 하는 중에 “얘! 기집애야 넌 왜 그렇게 걷니?” 하며 버럭 소리를 지르시며 매서운 눈빛으로 윤석을 쏘아보셨다고 한다. 연습이라 생각하고 기본 동선에 따라 캐주얼하게 워킹하는 것을 나무라시는 것이었다. 선생님은 카메라 리허설도 실제 진행하는 쇼처럼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의지가 있는 분이셨다고 한다. 앙드레김은 남성한테도 기집애라는 단어를 자주 쓰신다고 했다. 갈맷빛으로 물든 나무들이 시원하게 보이는 사무실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이어졌다.
야당마을에 사는 모델 이윤석은 나의 이웃이다. 나는 그를 조용히 추앙하며 응원하는 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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