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O's 캘리로 떠나는 시간여행1] 비 오는 날의 수채화

오늘 이 비가 좋은 건 이젠 더이상 슬프지 않기 때문이지!

남정현 기자 | 기사입력 2022/08/30 [12:45]

[KOO's 캘리로 떠나는 시간여행1] 비 오는 날의 수채화

오늘 이 비가 좋은 건 이젠 더이상 슬프지 않기 때문이지!

남정현 기자 | 입력 : 2022/08/30 [12:45]

 

▲ 캘리그라피 by KOO

 

비가 오면 마냥 쳐지고 우울한 것만은 아니다. 단지 그 감정이 기억 속에서 짙게 드리워져 강렬할 뿐, 매 번 비가 감정을 가라앉히는 것은 아니었다.

 

도리어 비가 오는 날이 포근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비 내리는 소리, 요즘 말로 ASMR의 효과인지 몰라도 '타닥타닥'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온통 나를 감싼듯하여 포근함이 느껴진다. 부모님은 직장에 나가시고 나 혼자 있노라면 동네마저 조용해지고 내 귓가엔 빗소리만 가득하다. '타닥타닥', '투둑', '투둑' 박자는 정박이다가 갑자기 나뭇잎에 고인 빗물이 떨어지면 엇박자로 '우두두두'... ...

 

특히 내 몸집보다 커 보이는 우산을 어깨에 받혀들고 밖을 나서면, 우산 위로 떨어지는 우두둑 소리와 커다랗게 머리를 감싸는 우산의 형태는 마치 걸어 다니는 아지트로 만들어 낸다. 나만의 격리된 이 공간.

 

태풍이 온 후 빗줄기가 조금은 가라앉은 어느 날이었다. 그 당시엔 동네에 아이들이 꽤 많았었기 때문에 언제나 북적였던 놀이터는 텅 비어서 내 차지가 되었다. 몸집이 작아 늘 순서에 밀렸었던 놀이기구들이 그 땐 모두 내 차지가 되는 것이다. 물론 비가 와서 타지는 못하지만 마음가득 내 차지가 된 것 같아 좋았다.

 

나는 흙을 파서 물길을 내며 혼자 노는 걸 즐겼다. 그런 날이면 희한하게도 나와 비슷한 족속의 아이들 한둘씩은 꼭 있었다. 우린 떨어진 채로 각자 놀고 있었지만 왠지 모를 동질감에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한참 물길을 만들다 보면 서로의 물길이 중간에서 만난다. 그러면 우리는 그저 쓰윽 웃으며 물길내기를 마무리하고 서로 작은 끄덕임으로 알 듯 모를 듯한 연대감을 느끼며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떨어지는 빗소리에 연한 미소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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