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양의 삶을 읽다 1]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행복의 모습

남정현 기자 | 기사입력 2022/09/23 [12:19]

[최미양의 삶을 읽다 1]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행복의 모습

남정현 기자 | 입력 : 2022/09/23 [12:19]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행복의 모습

 

▲ 숭실대 최미양 교수  © 남정현 기자

 

내가 속한 독서클럽에 추천할 책을 찾다가 양귀자 작가의 모순 읽었다. 독서클럽에 추천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책이 보여주는 삶은 내 생각을 자극했다.

 

쌍둥이 자매가 결혼에 의해서 대조적인 인생을 살게 된다. 언니는 술꾼에 건달에 폭력까지 휘두르는 남편을 만나 생업전선에 뛰어들어 억척스럽게 산다. 동생은 자신의 가족을 끔찍하게 여기는 유능한 건축사를 만나 귀부인 같은 삶을 살아간다. 그런데 작가는 그 동생이 결국 자살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누가 더 행복한 것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사실 동생의 자살은 내게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동생의 자살은 삶은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고 행복이란 누구에게나 똑같은 잣대로 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작가의 장치일 수 있다.

 

나는 여기서 누가 더 행복한 것인지 논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언니의 삶을 보면서 행복은 어떤 상황에서도 이뤄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러한 통찰은 산행에서 만난 기기묘묘한 형태로 자라난 소나무들을 떠올리며 얻어진 것이다. 어떤 소나무들은 흙 한줌 없을 것 같은 바위틈에서 성장해 있었고, 또 어떤 소나무는 몸통이 동그랗게 한 번 꼬인 상태에서도 큰 나무로 자라 있었다. 내게 영감을 준 소나무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결국에는 그 환경을 이기고 여느 소나무들과는 다른 모습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 또 어떤 소나무는 몸통이 동그랗게 한 번 꼬인 상태에서도 큰 나무로 자라 있었다. 내게 영감을 준 소나무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결국에는 그 환경을 이기고 여느 소나무들과는 다른 모습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칼럼 내용 중)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주어진 환경을 이겨내기 위해서 최대한 인내하고, 머리가 터질 듯이 생각해서 해결책을 구하고,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을지라도 끈질기게 도전을 하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삶을 만들어 내게 돼있다는 것이다. 그 독특함이 바로 그의 행복의 모습이다. 어떻게 저런 환경에서 살아남았을까 싶고 어떻게 저런 모습을 만들어냈을까 싶은 소나무들의 행복 같은 것 말이다.

 

쌍둥이의 언니는 박복한 삶에 좌절하지 않고 시장에서 잡화를 팔면서 삶을 감당해 나간다. 그렇게 살다보니 언니는 삶의 주인공이 되어 더 이상 삶을 힘들어하지 않은 단계에 이른다. 비록 호텔에서 먹는 프랑스 코스 요리는 꿈도 못 꾸지만 더 이상 누구도 원망스럽지 않은 상태, 매일 아침 일어나 시장에 가서 자신의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상태. 남편은 이미 행방불명이 된지 오래고, 아들은 조직의 보스라며 동네 건달들과 빈둥거리고, 딸은 돈이 없어 대학을 휴학하고 직장 다니는 상황이지만 업종을 변경하겠다고 서점에서 일본어 책을 사다가 씩씩하게 독학할 줄 아는 상태. 언니는 이런 자신만의 행복을 만들어 낸 것이다. 고급 음식이 주는 찰나의 만족감에 비할 바가 아니다.

 

나는 모순의 주인공의 어머니인 언니에 대한 삶을 반추하다가 언니가 독특하고 건강한 한 그루의 소나무 같은 삶에 다다랐고 그는 이제 충분히 행복하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이때 누군가의 정서적 지지를 받는다면 덜 힘들게 그 상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에 더 생각해볼 것이다.

 

▲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을지라도 끈질기게 도전을 하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삶을 만들어 내게 돼있다는 것이다. 그 독특함이 바로 그의 행복의 모습이다. (칼럼 내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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