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정의 참cafe] 하남 검단산에서

가을바람을 사랑하며

김세정 기자 | 기사입력 2022/10/05 [04:35]

[김세정의 참cafe] 하남 검단산에서

가을바람을 사랑하며

김세정 기자 | 입력 : 2022/10/05 [04:35]

▲ 하남 검단산 



 

가을바람을 사랑하며

 

가을 감성을 듬뿍 담은 야생화들이 작은 꽃잎으로 허밍하는 계절이 왔다. 이른 아침 창문을 열면 밖에서 기다리던 찬바람이 순식간에 내 품으로 와락 들어온다. 따사로운 오렌지빛 햇살은 바람을 몰고 다니며 산마루에 휘장처럼 둘러쳐 빛난다. 어디에서나 가던 길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면 높은 하늘이 위대하게 펼쳐져 있다. 달빛이 아리도록 그윽하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아 어떤 일을 해도 감동이 되는 화창한 날씨에 지인들과 함께 하남에 있는 검단산에 갔다. 높이는 657m인데 가파른 돌계단이 심심찮게 나와 쉽지 않은 코스였다. 아름드리나무와 노송들 사잇길로 쉬엄쉬엄 능선을 따라 올라갔다. 산세가 곱고 아기자기한 산등성이들이 많아 등산하기 좋은 산이었다. 가만히 손을 뻗으면 짙푸른 나무들과 손을 맞잡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넉넉해지고 힐링이 되는 것 같았다. 행여 내 어깨에 가라앉은 일상의 먼지가 스스로 털리는 느낌이 들어 저절로 자연에 감사함이 들었다.

 

우리 일행은 쉬어가기 좋은 약수터 앞에서 물과 간식을 먹으며 땀을 식히기로 했다. 소풍 온 아이들처럼 목소리를 높이며 각자 준비해 온 도시락을 펼쳐 놓았다. 어느새 즉석 식탁이 차려지고 과일, 삶은 고구마, 견과류, 김밥 등 다양한 음식이 쏟아져 나왔다. 바스락바스락 배낭을 헤치며 간식 꺼내는 소리, 물 마시는 소리, 자리를 좁혀 앉느라 엉덩이 걸음으로 다가오는 소리,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 등 한껏 신나는 이 순간을 플로피 디스켓에 저장해 두고 싶다는 생각이 스쳐 갔다.

 

숨이 헉헉 막히는 마지막 깔딱고개, 돌계단을 다 올라가니 검단산 정상에 도착했다.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팔당댐과 서울 근교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정상에서 맞이하는 바람은 절친같이 편하고 달콤하다. 순식간에 피로를 녹여주는 묘약 같기도 하다. 산 정상에 서면 무작정 에너지가 샘솟는다. 후들거렸던 다리에 힘이 다시 생겨 마치 못할 것이 없을 것 같은 자신감도 불끈 든다. 이런 마법에 중독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자연을 닮아 순수한 사람들, 소나무처럼 듬직한 사람들, 결이 고와 곁에 있으면 함께 따뜻해지는 사람들과 산행하는 하루가 내겐 소중하다

 

▲ 하남 검단산, 높이 657m,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팔당댐과 서울 근교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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