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O's 캘리로 떠나는 시간여행4] 동행, 인정 그리고 도전

남정현 기자 | 기사입력 2023/01/02 [18:23]

[KOO's 캘리로 떠나는 시간여행4] 동행, 인정 그리고 도전

남정현 기자 | 입력 : 2023/01/02 [18:23]

동행, 인정 그리고 도전

 

▲ 그리 거창하거나 대단히 깊은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었지만 그날 오후 한나절의 짧은 대화 속에서 저 머나먼 나라 어느 노 교수님의 말씀에 깊이 공감하고 또 그 말씀에 인정을 안 할 수 없었다. (칼럼 내용 중)  

 

그분은 독일의 은퇴한 교수님이였다.

지금은 퇴직한 직장의 업무적 만남이었지만 출장으로 동행한 장거리 운행 탓에 본의 아니게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꽤나 나누게 되었는데, 나의 턱없이 부족한 언어소통능력 때문에 매우 곤혹스러운 시간이기도 했다.

 

그분과 나는 모든 게 달랐다.

하지만 흥미로운 사실은 이렇듯 우리는 서로 피부색, 나이, 사는 곳, 언어 등 모든 게 달랐지만, 사람 사는 것이 어디를 가나 크게 별반 차이 없고 고민하는 것도 다들 비슷한가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리 거창하거나 대단히 깊은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었지만 그날 오후 한나절의 짧은 대화 속에서 저 머나먼 나라 어느 노 교수님의 말씀에 깊이 공감하고 또 그 말씀에 인정을 안 할 수 없었다.

 

그는 은퇴 후에 어린 시절 작은 콩쿠르에서 입상한 경험이 있었던 피아노를 다시 시작했다고 하였다. 이전만큼 영민하지 않아서 매우 더디지만 차츰 나아지고 있다며 해맑게 웃으며 자랑스럽게 말하셨다. 나는 달리 할 말도 없어서 다소 과장하며 찬사를 보내드렸다.

 

매우 열정적이시네요 !“

 

그는 이어서 자조적으로 말하였다. 이건 도전 (Challenge)과도 같다고, 나이와 상관없이 작은 도전이라고 하였다. 이 말에 나도 모르게 내 이야기를 하고 말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불안, 그리고 마흔이 되고부터 오는 새로운 마음들에 관하여, 이에 대해 내게 따뜻하게 건네주었던 교수님의 말이 생각난다.

 

우리는 나이를 먹으면 시력, 청력, 근력 등 여러 능력들이 낮아진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Accept)하면 된다고 하셨다. 만약 우리가 이를 인정하지 못한다면, 가령 등산을 좋아했던 자기가 언제부터인가 체력이 달리어 등산을 못하게 되니, "……. 난 이제 산은 재미가 없어!, 이제 더 이상 등산은 흥미롭지가 않아!" 라고 말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은 인정 하지 못함이었다고 고백했다. 겸허히 나 자신을 인정하고, 정상을 밟지 않아도 괜찮은 것이라고, 또 내가 갈수 있는 곳 까지만 가도 좋다고 하였다. 비록 정상이 아니라 산 중턱이라 하더라도, 그리고 그곳에서 한 발짝만이라도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다면 그건 '도전'의 성공 일지도 모른다고 하였다. 자신의 느리지만 늘고 있는 피아노 실력처럼 말이다.

 

난 어설픈 영어와 치기어린 눈빛으로 그에게 다짐했다. 왼쪽 가슴엔 'Accept'란 단어를, 그리고 오른 가슴엔 'Challenge'라는 단어를 간직하겠노라고…….

 

Too Much Talk! 내가 그분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영어실력 때문은 전혀 아니었고 노교수님의 넓은 이해와 깊은 연륜으로 나의 문법 파괴와 말도 안 되는 콩글리시를 현명한 귀로 들어 주셨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운전을 하는 탓에 거의 대부분을 듣기만 하였다. 그리고 그는 참 이야기를 즐기셨다. 자상하시고…….

 

20159월 곡식이 익을 무렵에

 

▲ . 겸허히 나 자신을 인정하고, 정상을 밟지 않아도 괜찮은 것이라고, 또 내가 갈수 있는 곳까지만 가도 좋다고 하였다. 비록 정상이 아니라 산 중턱이라 하더라도, 그리고 그곳에서 한 발짝만이라도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다면 그건 '도전'의 성공 일지도 모른다고 하였다. 자신의 느리지만 늘고 있는 피아노 실력처럼 말이다. (칼럼 내용 중)  © 남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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