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정의 참cafe] 나의 귀여운 밥친구

'갓 브로콜리' 요리와 '치킨파스타' 즐기기

김세정 기자 | 기사입력 2018/03/15 [23:51]

[김세정의 참cafe] 나의 귀여운 밥친구

'갓 브로콜리' 요리와 '치킨파스타' 즐기기

김세정 기자 | 입력 : 2018/03/15 [23:51]
▲ 삶아진 브로콜리 송이 속에 다짐육과 야채들이 알차게 들어 있는 '갓 브로콜리' 요리, 그 위에 뜨거운 '갓소스'를 뿌려 먹으면 된다.     © 김세정 기자


 

나의 귀여운 밥친구

 

금요일 오후 6시는 사무실에서 빨리 나가 어느 멋진 곳에 가서 맘껏 즐겨야 할 것 같아 특별히 약속이 없어도 서둘러 퇴근 준비를 한다. 오늘도 자동차들이 일찍 빠져 나간 텅 빈 주차장과 알루미늄 연통 밖으로 새어 나오는 고기 굽는 냄새가 골목길에 가득 찼다. 나도 ‘약속’이 있는 금요일 저녁이다. 퇴근하기 전에 카톡으로 그녀와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오늘은 무조건 새로운 곳에서 특별한 음식에 도전해 보자고 했다.

 

우리는 출입구가 나무문으로 되어 있는 작은 프랑스 가정식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피아노 연주곡을 너무 크게 틀어놔서 목소리를 높여 주문해야 했다.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꽉 차 있었고 검정 라벨이 붙은 와인 병이 좌석마다 놓여져 있었다. 사람들 이야기 소리, 술잔 부딪치는 소리, 주방 작업대에서 지글지글 요리하는 소리와 열기까지 한 눈에 다 들어온다. 어떤 테이블은 기다란 촛대에 촛불이 켜져 있었고, 우리 테이블에는 구리로 만든 올리브색 식탁 등이 밝혀져 있었다. 질서 없이 보이는 작은 불빛까지도 와글와글 한 분위기 속에 동참 한 듯 보였다.

 

나의 밥 친구 은영이는 하늘색 원피스를 입었는데, 조명 아래에서 볼까지 상기되어 다른 날보다 더 예뻐 보였다. 기다리던 ‘갓 브로콜리’ 요리와 ‘치킨파스타’가 나왔다. 코코아색 테두리가 선명하게 프린팅 된 큰 접시에 브로콜리 송이가 모양 좋게 놓여져 있었다. 쉐프 한 분이 다가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소스‘를 그 위에 듬뿍 뿌려 주며, 흔히 김치를 담는 ’갓‘을 갈아서 소스를 만들었다고 설명해 주고 갔다.

 

삶아진 브로콜리 송이를 자르니 다짐육과 야채가 알차게 들어 있었다. 겉과 속이 아주 부드러워 입안에서 그냥 녹는 것 같았다. 은영이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한입 크기로 세련되게 잘라 먹었다. 함께 나온 ‘치킨파스타’까지 그녀는 이 집을 단골로 해야겠다며 나이프와 포크를 사용해서 접시를 깔끔히 비워 나갔다.

 

은영이와 나는 많은 부분에서 ‘다름’을 전제로 하고 만난다. 그녀는 수채화대신 유화를 좋아하고 한겨울에도 냉모밀을 자주 먹어야 하며, 입안이 거의 얼기 직전까지 냉동 망고를 사각거리며 잘 먹는다. 그녀 최고의 휴식 시간은 미국 시트콤을 보며 빅버거를 배달시켜 먹는 것이고, 나는 스토리와 구성이 탄탄해 볼수록 흥미진진한 대중 드라마를 즐겨 본다.

 

가까운 친구이지만 만나면 아옹다옹 입씨름도 잘하고, 좋아하는 가방 브랜드도 다르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 ‘다름’에 대해 설득하려 하지 않고 존중해 주며, 생각의 크기가 ‘세모’나 ‘네모’여도 상대방에게 정답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 예의 있는 관계이다.

 

나는 그녀가 있어 행복하다. 가끔은 감미로운 ‘세레나데’보다 강렬한 ‘아리아’가 더 현실적이라고 일침을 놓을 때도 있지만 일도 잘하고 먹기도 잘하는 그녀의 잔소리는 달다. 그녀가 영양밥 속에 들어 있는 콩을 모조리 골라 작은 접시에 모아 두면 난 그것을 허물없이 먹고, 피자 토핑으로 올려 진 베이컨과 햄을 내가 한쪽으로 빼 놓으면 그녀도 자연스럽게 먹는 '격이 없는 친구'다

 

쉼 없이 재잘대며 함께 웃고 싶을 때나 별안간 가을바람처럼 고독할 때 그녀에게 전화를 하곤 한다.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고, 이번에는 내가 밥 살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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