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 이한구 미래문명원장의 ‘역사적 지식의 객관성'에 관해서

남정현 기자 | 기사입력 2019/01/28 [14:12]

[좋은만남] 이한구 미래문명원장의 ‘역사적 지식의 객관성'에 관해서

남정현 기자 | 입력 : 2019/01/28 [14:12]

 

▲ 이한구 미래문명원장(경희대 석좌교수)이 최근 ‘역사적 지식의 객관성(The Objectivity of Historical Knowledge)’을 미국 Edwin Mellen Press(‘EMP’)에서 출간했다.     © 남정현 기자


이한구 미래문명원장(경희대 석좌교수)이 최근 역사적 지식의 객관성(The Objectivity of Historical Knowledge)’을 미국 Edwin Mellen Press(‘EMP’)에서 출간했다.

 

이 책은 모든 역사적 상대주의를 반박하려 했다.”고 말한다. 이번 저서는 역사철학 분야의 권위자인 제프리 스톡스(Jeffrey Stocks) 교수로부터 비판적 합리주의 철학을 세계화 시대에 훌륭하게 적용했다.”는 평을 들었다.

 

Q. ‘The Objectivity of Historical Knowledge)’를 영문으로 출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1세기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세계화 시대다. 학문도 세계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영문으로 책을 저술하는 것은 학자들이 논문을 Web of ScienceSCOPUS의 등재지에 게재해야 높은 평가를 받는 것과 같은 논리다.

 

세계철학자대회(World Congress of Philosophy)나 미국 철학회(American Philosophical Association, APA)에 참석해 보면 많은 출판사가 책을 팔기 위해 부스를 열고 출판 계약도 맺는다. ‘EMP’도 그런 출판사 중 하나였다. EMP가 인문사회과학 분야 저서를 중점적으로 출판해왔기에 선택했다.

 

역사철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제프리 스톡스(Jeffrey Stocks) 호주 멜버른 대학교 교수가 추천사를 썼다. “저자는 비판적 합리주의의 철학 이념을 세계화 시대의 역사철학 분야에 매우 훌륭하게 적용했다.”과학적 연구 프로그램 접근법은 결국 인류 보편사가 다양한 지역사를 포괄하며 더욱 객관적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 평가했다.

 

Q. 이번 저서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역사 인식과 관련된 선행 연구들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면서 나의 주장을 제시했다. 철학이나 역사 전공자들을 중심으로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연구자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Q. 이번 책의 서론을 통해 모든 역사적 상대주의를 반박한다.’고 주장하며, ‘객관적이며 포괄적인 역사관을 추구할 수 있다.’는 주장을 했다. ‘역사적 지식의 객관성무엇이며,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가?

 

역사적 지식의 객관성을 이야기하자면, 지금 시대의 사조를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현재는 포스트모더니즘 역사관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역사적 지식의 객관성을 부정한다. 반면에 나의 주장은 여러 형태의 상대주의적 이론을 비판하면서, 역사적 지식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객관성은 두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다. 존재론적 차원과 인식론적 차원이다. 존재론적 차원의 객관성은 존재하는 세계가 그것을 인식하는 주관과 관계없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인식론적 차원의 객관성은 우리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세계를 우리가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 지식의 객관성 이론은 역사 세계가 이를 이해하려는 우리의 인식과는 독립해서 존재하며, 우리가 그 세계를 있는 그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역사는 과거 세계이기 때문에 현재에서 그 존재를 증명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남겨진 유물과 기록을 통해 존재했던 그 시대를 재구성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상대주의자들은 남겨진 단편으로 어떻게 역사 전체를 재구성하느냐는 반론을 제기한다. 하지만 단편만을 갖고 전체의 퍼즐을 맞출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역사학의 인접 학문이 발전하면서 그 퍼즐을 맞추는 것이 점점 쉬워지고 있다. 예컨대 유전자 분석 등의 기술이 없던 시대와는 달리, 유전자 연구로 역사적 사실 사이에 다리가 놓이고 있다. 머리카락 한 올만으로도 연구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Q. 객관적 역사관의 방법으로 소개하는 설명적 해석학은 무엇인가?

 

학문 분류 방법 중 대상에 따른 분류법이 있다. 가장 단순하고 확실한 분류 방법이다. 예를 들어 인간의 정신이 나타나는 현실을 탐구하면 인문사회과학이고, 자연을 대상으로 탐구하면 자연과학이다.

 

인문사회과학의 많은 방법론이 의미의 이해를 추구한다면, 자연과학은 법칙을 추구한다. 설명은 어떤 개별 사실을 법칙에 귀속시키는 것이다. 자연과학적인 탐구는 더 높은 차원의 설명을 위해 더욱 보편적 법칙을 추구한다.

 

그동안 여러 논란 속에서도 역사학은 인간의 정신이 나타난 현상을 탐구하는 학문으로 규정돼왔다. 그러므로 해석학이 주된 방법론이었다. 그런데 해석학의 문제점은 어떤 사실의 의미를 이해한다고 할 때 주관성이 개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모든 사람이 각기 자기 나름의 이해를 하는 것이다. 이때 의미의 객관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설명적 방식이 요구된다.

 

주관적인 해석학으로는 역사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자연과학적인 설명의 논리를 다양하게 활용하여 해석학과 연결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설명적 해석학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이것은 해석과 설명을 결합해 주관성을 배제하려는 전략이다.

 

Q. 꾸준한 연구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돌아가신 분들에게 제사를 지낼 때 지방에 현고학생부군 신위(顯考學生府君 神位)’란 표현을 쓴다. 여기서 학생은 벼슬 없는 보통 사람들에게 쓰는 표현이다. ‘평생 배움의 길에서 살다간 사람이라는 뜻이다. 동양의 정신세계인 유불도(儒佛道)’에는 공통점이 있다. 배움을 삶의 과정이자 삶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인간 존재의 가치를 (, 배움)’에 두고 있는 셈이다.

 

배움은 학자에게만 주어진 사명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사명이기도 하다. 문화나 문명은 근본적으로는 구성원의 삶의 의미와 목표를 규정해주는 틀이기 때문이다. 동양문화의 인생관은 배움을 통해 성장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Q. 2019년 새해가 밝았는데 어떤 계획을 세우셨는지?

 

<문명의 융합>이라는 책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 몇 년간 인류문명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탐구라는 세미나를 진행해왔는데 그 내용을 집약한 결과물이다. ‘문화유전자 밈(meme)’이라는 개념을 활용한 책이다. 우리의 행동을 유전자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문명을 문화유전자를 기본단위(Basic Unit)인 밈으로 설명하는 이론이다.

 

사무엘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 이후 이에 대응하는 논리로 해럴드 밀러가 <문명의 공존>이라는 책을 냈다. <문명의 융합>은 문화유전자 패러다임을 통해 현대 문명을 충돌공존도 아닌 융합으로 설명하려는 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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