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 지금은 직업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 박산하 이한주 학생의 창업을 위한 도전박산하(경희대 철학과 17학번), 이한주(경희대 경영학과 16학번) 학생
[참교육신문 남정현 기자] 헐트 프라이즈(Hult Preize)는 세계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대회다. 전 세계 최대 규모의 대학생 창업 플랫폼으로 UN이 협력하고 클린턴 재단이 후원한다.
올해 대회 주제는 “청년 천만 명에게 의미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아이디어 개발(Developing an idea to provide meaningful jobs for 10 million young people)”이었다. 최종 우승팀에는 문제 해결 아이디어 실현을 위한 상금 12억 원이 주어진다.
박산하(경희대 철학과 17학번), 이한주(경희대 경영학과 16학번) 학생은 지난해 11월 국제캠퍼스 중앙도서관에서 열린 경희대 대회에 참가, 미술대학 학생들의 졸업전시작품을 대중에게 중개하는 온라인 그림 대여 서비스 플랫폼을 발표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2019년 3월 경희대 대표로 헐트 프라이즈(Hult Prize) 중국 대회에 참가했고, 한국 팀으로서는 유일하게 본선까지 진출했다. 창업이라는 꿈을 향한 도전을 이어나가는 박산하, 이한주 학생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본다.
Q. 대회에 함께 참가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이한주: 우리는 오현주 경희대 교수님의 강의 ‘창업과 씽킹 디자인’에서 만났다. 같은 조는 아니었는데 둘 다 창업에 열정이 있어서 친해지게 됐다. 작년 경희대에서는 처음으로 헐트 프라이즈 대회가 열린다는 걸 산하 언니가 알려줬고, 아이디어를 내서 같이 하게 됐다.
박산하: 창업 관련 공모전이 있으면 다 나가보자는 생각이었다. ‘아이디어 경진대회’ 같은 교내 대회도 참가했는데, 한주랑 잘 맞아서 헐트 프라이즈도 함께 나가게 됐다. 처음에는 국제 대회라는 이유만으로 겁을 먹기도 했는데, 좋은 경험이 되었다.
Q. 어떤 아이디어를 갖고 대회에 출전했나?
박산하: 창업 관련 강의에서 미술 분야 창업에 관한 학생 발표를 듣고, 미술 시장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미술대학 학생들의 졸업 전시작품에 관심을 뒀다. 졸업전시회가 끝나면 밖에 버려진 작품들이 많던데 그게 아까웠다. 우리 집에 걸어두면 좋겠다 싶은 작품도 있고, 괜찮은 작품들이 많았다. 미대 학생들이 졸업 작품을 준비하는 데 공을 많이 들이고, 비용도 작품 하나당 30만 원에서 많게는 4~50만 원이 든다고 한다. 대학생에게는 큰돈이다.
이한주: 경영학을 전공하다 보니 수지타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값보다 조금 더 올려서 팔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미대 학생들은 팔겠다고 생각하지 않더라. 졸업 작품을 자기 얼굴이라고 생각해서 팔지 않는 경우도 있고, 판매 통로도 모를뿐더러 홍보도 할 줄 모른다. 그래서 우리가 대신 팔아주면 괜찮겠다 싶었다. 습작이지만 판매가 되고 수익을 창출한다면, 순수미술을 계속하고 싶은 이들이 당장의 생활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작품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박산하: 단순히 ‘돈’으로만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대중의 취향을 알게 되는 기회도 된다. 소비자의 반응을 보고, 피드백을 얻으면서 작가의 세계관을 세워나갈 수도 있다. 다시 말해 학생들이 대학 졸업 이후에도 전공을 살려 작품 활동을 계속해나갈 수 있다는 스토리를 담아 발표했다.
이한주: 비즈니스 모델을 말하자면 회사와 소비자가 있고, 그림의 주인인 학생이 있다. 대학이나 학생회와 협의해 공급자를 확보하고, 우리 회사는 중개 플랫폼을 만들어 온라인에서 소비자와 연결해주는 것이다. 정확히는 판매가 아니고 구독 대여 서비스다. 3개월 단위로 작품을 교체해준다. 계절, 기분에 따라 인테리어를 다르게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생각했다.
Q. 시장이 활성화돼 있는가?
이한주: 현재 그림 대여 서비스로 ‘오픈갤러리’가 유명하다. 국내 작가의 원화(原畵)를 대여하고, 3개월마다 교체하는 서비스다. 수요가 매우 많다. 대기업의 투자도 받고 있다. 이곳의 비즈니스 모델을 참고했다.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에 대학생의 졸업 작품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산하: 미술 작품을 집에 걸고 싶다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 자기 공간에 대한 애착이 있고, 잘 꾸미고 싶어 한다. 그런데 막상 작품을 사려고 보면 너무 비싸다. 접근하기도 힘들고. 대학생 작품은 가격 면에서 장점이 있다. 또한 학생 작품은 그야말로 언제 뜰지 모르는 작품이다. 단순히 그림 구독 대여가 아니라 작가로 성장할 이들에게 가능성을 심어주는 것이고, 미술계에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을 어필했다. 이런 이야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자 했다.
Q. 헐트 프라이즈에 참가해본 소감은?
이한주: 국제 대회라서 그런지 하버드대학 등에서 대단한 친구들이 왔다. 처음에는 잘할 수 있을까 의심했는데, 무대에 서기 전에 연습을 많이 하니까 자신감이 생겼다. 한국의 세 팀 중 유일하게 본선까지 진출했다.
박산하: 한마디로 좀 ‘쫄았다’. 하지만 다 같은 대학생이었다. 명문대라고 해서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6개 조로 나눠 각 조에서 1등 팀이 본선에 진출했는데, 경쟁 팀이 MBA 과정을 밟고 있었는데도 우리가 본선에 진출했다. 자신감을 얻었다.
이한주: 똑똑한 머리를 믿고 올라온 친구들도 있었다. 실제로 똑똑했다. 발표 내용이 거의 컨설팅 수준이었다. 잘 들어보니 자료 검색을 많이 해서 의도에 따라 끼워 맞춘 것이었다. 아이디어가 비슷했고, 조금만 고민하면 나올 수 있을 정도의 레퍼토리였다. 그런데 1등 팀을 보니, 문제의식을 느끼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실제로 도전하고 있었다.
박산하: 맞다. 1등 팀은 머리로 하는 팀이 아니라 발로 뛰는 팀이었다. 열정을 갖고 있다는 게 누가 봐도 느껴지는 팀. 처음엔 우리도 누가 봐도 그럴듯해 보이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직접 가서 보니 1등을 하고, 투자자의 마음을 흔드는 팀은 발로 뛰는 팀이었다.
Q. 실제 사업화를 진행하고 있는가?
박산하: 당장 하기에는 자금 문제도 있고. 여러 준비가 필요하다. 미술대학 친구들, 즉 공급자를 구하는 게 힘들다. 반신반의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자기 작품을 빌려줘야 하니까 불안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처음엔 우리가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시작하려다 보니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한주: 패기를 갖고 시작했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공급자를 설득하는 게 어렵다. 창업 관련 강의에서 공급자를 설득하지 못하면 그 사업은 망한다고 한다. 당시에는 왜 안 될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겨우 그만큼 해서 사업하려고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시기가 살짝 일렀다고 생각한다. 최근 영국 투자자가 한국 문화예술 쪽에 대거 투자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영화, 음악 산업뿐 아니라 문화 산업 전반에 영향을 줄 것이다. 몇 년 후 이 사업 아이템이 빛을 보지 않을까 한다. 계속 준비하고 있다.
박산하: 예술 분야는 콘텐츠 자체가 중요한다. 그런데 사실 콘텐츠는 예측할 수 없는 복불복이다. 처음에는 예쁜 그림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예술 분야는 취향이 많이 갈리고, 또 융합할 수 있는 요소가 너무 많기 때문에 우리의 생각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시스템이었다. BTS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것은 노래가 좋아서일 수도 있지만, 다른 요소와 맞물려서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냈던 것 같다. 그래서 시스템을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다.
Q. 창업을 왜 하고 싶나? 박산하: 돈 벌고 싶다.(웃음) 내 일을 하면서, 내 열정을 쏟아 내 것으로 돈을 벌고 싶다. 내 꿈은 일과 삶을 구분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보통 회사원들은 일찍 퇴근하고 싶어 하고,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중요시하는데, 나는 내 일이 내 삶이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내 삶의 모든 순간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일조차도 내 것이면 얼마나 사랑스럽겠는가? 비즈니스가 자식 같다면 일하는 순간이 행복할 것 같다. 똑같이 힘들더라도 내 일을 하면서 힘들면 얼마나 행복하겠나. 자식이 말 안 들어도 사랑하는 것처럼.
박산하: 창업 관련 수업이 더 많이 늘어나야 한다. 창업하지 않더라도 수업 자체가 주는 메시지가 있다. 요즘은 직업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다. 빨리 스펙 쌓아 취업하겠다는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이게 얼마 못 간다는 예측이 많다. 창업을 굉장히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는 친구들도 많고.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할 기회가 적다. 그런데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면 모의로라도 창업을 해볼 수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시스템을 알려주니까 실제로 도움이 된다. 학교에서 개최하는 대회에 나가보는 것도 좋다. 해봐야 아는 거니까.
Q.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박산하: 창업이다. 그래서 공부, 활동의 초점을 창업에 맞췄다. 해외에 다녀오면 늘 언어가 아쉬웠다. 바로 소통하는 것과 누구를 통해서 소통하는 건 속도도 그렇고 차이가 크더라. 그래서 언어 공부를 하고 있다. 그리고 꾸준하게 창업에 관심을 둘 계획이다. 한순간에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갖는 것보다 꾸준함이 중요한 것 같다.
조직문화가 중요하다. 사업 아이템, 비즈니스 철학이 좋다고 해도 결국 일하는 환경이 중요하다. 사업을 하면 돈을 좇겠지만, 돈만 좇으면 안 된다. 고객에게 감동을 줘야 한다. 비즈니스를 계속 유지하려면 고객과 연애하는 기분으로 해야 한다고 하더라. 그게 되려면 사랑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철학이 있어야 한다. 실패의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는 힘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철학이 있는 경영자가 되고 싶다.
경영자에게 정확한 철학이 없으면 직원들은 흩어진다. 회사는 재밌게 하고 싶어도 사실 재미없는 곳이다. 힘들어도 직원들이 따라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같은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 회사와 같이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재미없고 힘든 순간에도 회사에 계속 몸담을 수 있게 하는 뭔가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회사가 추구하는 비즈니스 가치이다. <저작권자 ⓒ 참교육신문 Copyright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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