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정의 참cafe] 셀레스트 헤들리(Celeste Headlee)의 '말센스'를 읽고센스 있는 사람이 말 잘하는 사람을 이긴다
셀레스트 헤들리(Celeste Headlee)의 <말센스>를 읽고
“그날은 내 두 눈이 번쩍 뜨인 날이었다. 저널리즘 분야에서 경력을 쌓는 동안 나는 대화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에 관해 읽은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내가 그들 중 한 명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나는 워크숍에 참석해 강연을 듣다가, 인터뷰 진행 도중 게스트에게 주도권을 빼앗기고만 가련한 리포터들의 이야기를 듣고는 주제넘게 웃음을 터뜨리기까지 했다.”
얼마 전 귀한 손님을 만나는 자리에서 진지한 대화를 나누게 됐다. 그때까지 난 대화를 잘 하는 사람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도 꽤 잘 해준다고 생각했었다. 특히 소통하면서 감성까지 담아내는 대화법으로 좋은 관계로 이끌어 가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이번 생일 선물로 받은 <말센스>를 읽으면서 지나간 대화가 떠올라 혼자 얼굴을 붉혔다. 상대가 이야기할 때 끝까지 듣기도 전에 그것을 나와 결부시켜 화두를 전환시키는가 하면, 시시콜콜 불필요한 얘기들을 늘어놓아 대화의 중심을 잃기도 했다. 셀레스트(Celeste)는 “말을 잘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당신이 먼저 배워야 할 것은 말하고 싶은 욕구를 참는 것이다.”라고 했다. 나는 이런 기본적인 규칙도 지키지 못했다.
또한, 말하고 싶은 주제가 있을 때 편집과정 없이 빠른 속도로 이야기하는 버릇이 있음을 알게 됐다. 심지어 상대는 내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주의집중하지 않고 지루하다는 신호를 보내는데도 말이다. 예의를 갖춰 대화를 해야 했던 그 중요한 자리가 아니었다면 이런 자기성찰의 시간이 없었을 것이다. 10월의 어느 날에 내 두 눈이 새롭게 뜨이는 계기가 됐다.
TV에서 이금희 아나운서가 나오면 나는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녀는 대화를 할 때 상대방 이야기를 온몸으로 들으며, “아!”, “네~”, “맞아요” 등의 긍정적인 호응의 몸짓과 탄성으로 공감해준다. 때로는 과하다싶을 만큼 리액션이 풍부하지만, 그런 그녀의 진행방식이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고 참가한 패널들을 편안하게 해준다. 말센스가 있는 그녀처럼 상대방에게 배려심이 넘치고 친절한 대화 상대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 못내 창피하다.
저자의 조언 중 “센스 있는 사람이 말 잘하는 사람을 이긴다.”라는 말이 있다. 이것을 나의 삶에 적용하면 가족관계를 보다 성숙하게 만들어 갈 것 같다. 그래서 오늘부터 딸아이와 이야기를 할 때 선생님이 되어 무조건 가르치려고 하는 습관을 버려야겠다.
<말센스>에서 느껴지는 핵심은 대화를 통한 공감 능력이다. 소통을 잘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말솜씨가 유창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말은 절제돼 있고, 과도한 제스처도 사용하지 않는다. 조언이나 충고를 할 때 유창한 말솜씨로 위로하기보다, 오히려 가만히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고 성심껏 끝까지 들어준다.
소통은 마음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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