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정의 참cafe] 스칼렛 허브티를 함께하다

의왕시 백운호수근처 허브 찻집에서

김세정 기자 | 기사입력 2020/01/13 [23:37]

[김세정의 참cafe] 스칼렛 허브티를 함께하다

의왕시 백운호수근처 허브 찻집에서

김세정 기자 | 입력 : 2020/01/13 [23:37]

 

 

▲ 의왕시 백운호수 근처, 실내 온실식물원같이 갖가지 허브와 아담한 꽃 화분들, 천장에 매달려 있는 이국적인 식물들이 가득찬 허브카페  © 김세정 기자

 

 

 

 스칼렛 허브티를 함께하다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백운호수 근처에서 친구 민희와 점심 약속이 있었다. 그녀는 가끔 찾아오는 곳이라며 주변을 잘 알고 있었다. 점심 메뉴로는 두부 전골이었는데, 다양한 해물과 버섯이 넉넉하게 들어있어 풍미가 있는 요리였다. 특히 두툼하게 썰어진 두부의 맛은 부드럽고 고소해서 이 집에서 직접 두부를 만들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시골밥상 같은 훈훈한 식탁 앞에서 금방 기분이 좋아졌다.

 

친구는 이래서 좋다. 상대를 위해 특별히 무엇을 하지 않아도 부담이 없고, 불쑥 마주 앉아 밥을 먹으며 시시콜콜 두서없는 얘기를 해도 한마음으로 통하게 된다. 민희는 짙은 카키색 면바지에 남색 니트를 받쳐입고 나왔는데 요란하게 꾸미지 않은 멋스러움이 그녀의 차분한 성격과 잘 어울렸다. 창밖의 햇살은 봄이 성큼 온 것같이 겨울나무 위에서 눈이 부시다.

 

본격적인 우리의 수다를 위해 근처 허브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실내 온실식물원같이 갖가지 허브와 아담한 꽃 화분들, 천장에 매달려 있는 이국적인 식물들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두 마리의 앵무새와 맞닥뜨렸다. 종횡무진으로 온실 속을 파닥거리며 날아다닐 것 같았던 앵무새는 큰 말썽을 부리지 않고 주인이 나무로 길게 받쳐놓은 거치대를 둥지삼아 잰걸음으로 그 주변에서만 놀고 있었다.

 

풋풋하고 싱그러운 향기 속에 로즈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손가락을 펴서 부드럽게 쓰다듬어 그 향내를 흠씬 들어 마시며 자리에 앉았다. 카페 주인은 식물들 사이에 일정한 패턴없이 테이블을 듬성듬성 배치해 놓아 실내 공간을 한층 여유롭게 꾸며 놓았다. 우리는 레몬 나무가 있는 옆 테이블에 자리하고 앉았다. 실제로 노랗고 튼실한 레몬이 주렁주렁 열려있는 것을 보는 것은 그야말로 디저트카페에서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의 호사였다.

 

각 테이블 위에는 작은 화분이나 유리 꽃병이 놓여 있었는데, 우리 테이블에는 싱싱한 박하가 호리병 모양의 유리 화병에 꽂혀 있었다. 우리는 커피와 무화과케익과 붉은빛의 허브티 스칼렛을 주문했다. 민희는 스칼렛을 빨강차라고 했는데,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의 열정을 뜻하는지 궁금했지만 카운터에 묻지는 않았다. 달콤한 수제 케익과 베리류 맛이 나는 스칼렛 티를 나눠 마시며, 우리들의 이야기도 티 색깔처럼 붉게 물들어 갔다.

 

영화를 좋아하는 나는 자연스럽게 1998년에 개봉한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줄거리를 말하며 마치 방금 보고 나온 사람처럼 목청을 높여 영화 내용을 얘기했고, 민희는 최근에 어느 거래처와 미팅을 가졌는데 3시간 가까이 똑같은 톤으로 , ~ 해드려야죠”, “최대한 잘해드리겠습니다라는 말만 반복하며, 진정 계약서에 명시해야 할 중요한 조건을 제시하지 않아 할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고 했다.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민희도 이 부분을 얘기할 때는 목소리가 올라갔다. 서로의 경험들을 주고 받으며 함께 웃고 동시에 힐링받은 느낌이다.

 

산책하기 좋은 백운호수가 바로 가까이 있어서 한 바퀴 돌아봤다. 호수는 동면에서 덜 깬 개구리 눈처럼 움직임 없이 하늘빛을 받아 짙은 청색으로 겨울을 나고 있었다. 몇 척의 작은 배가 호수 가장자리에 정박해 있는 것을 보니, 철마다 재미있는 축제들이 있을 것만 같았다. 허브향이 묻어나는 우리의 이야기는 다시 찾아오는 봄의 수첩에 담아 두기로 하며, 두부 전골집에서 가져온 콩비지 한 봉지가 들어있는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올봄은 흙냄새가 풍기는 이 허브 언덕에서 기다려봐야겠다.  

 

 

▲ 우리 테이블에는 싱싱한 박하가 호리병 모양의 유리 화병에 꽂아 있었다. 커피와 무화과케익과 붉은빛의 허브티 ‘스칼렛’을 주문했다.  © 김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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