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경 변호사의 어바웃 로8] ‘더 이상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혼 이유

남정현 기자 | 기사입력 2020/11/25 [10:33]

[박원경 변호사의 어바웃 로8] ‘더 이상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혼 이유

남정현 기자 | 입력 : 2020/11/25 [10:33]

 

더 이상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혼이유

 

▲ 변호사/변리사 박원경 (법무법인 천명)   ©

 

평소 친구들의 고민을 잘 들어준 덕택일까? 가끔 친구의 이혼소송을 직접 대리하여 진행해주는 경우가 있다. 당연하게도 실제 이런 사건을 진행하는데 있어 난감할 수 밖에 없다. 그 결혼식에도 갔고, 상대 부인과 안면도 있기 때문이다. 간절한 부탁에 사건을 맡게 되지만 당혹스러움은 어쩔 수 없는 몫이다.

 

25년 지기 대학친구의 이혼사건에서 상대 부인이 이혼을 요구하는 이유는 더 이상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혼인을 유지할 수 없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일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과연 이혼의 이유가 될 수 있는 걸까? 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기도 한다.

 

결혼을 일종의 기한이 없는 무기 계약이라고 한다면 큰 잘못이 없는 한 이혼은 안 된다고 보아야 하겠지만, 결혼생활을 계속하여 형성해 가는 관계로 본다면 사랑하지 않는다는 이유만큼 중요한 장애사유는 없을 것이다.

 

자녀의 교육문제로 오랜 세월 기러기 아빠로 희생하였다고 생각하는 친구 입장에서는 내가 왜 이혼을 당해야 하냐?’며 억울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이미 자녀를 전제하지 않고는 남이나 마찬가지인 현실을 법적으로 정리하겠다는 상대부인의 이혼요구를 잘못되었다고 비난할 수만은 없지 않나 싶다.

 

민법에서는 재판상 이혼의 사유를 규정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유책사유가 없는 것이 최근 이혼사건들의 경향이다. 이런 사정을 친구에게 설명해주고 맘 돌아섰는데 어떻게 같이 사냐? 너 실리나 찾아라.’며 조언을 해줄 수 밖에 없다.

 

이와 같이 어쩔 수 없는 이혼에서 실리란 무엇일까?

 

이혼도 결국 돈 문제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위자료, 재산분할, 자녀양육비가 그것이다. 위자료는 바람을 피거나 폭언, 폭행과 같이 극심한 사정이 없는 한 대부분 받아들여지기가 힘들고, 받아들여져도 결코 큰 비중이 되기 어렵다. 실제 아무리 바람을 피웠어도 3,000만 원 이상 위자료가 인정된 예를 거의 찾아보지 못하였다. 자녀양육비 역시 부부 각자의 소득수준에 따라 정형적으로 정해지다 보니 크게 다툼의 여지는 없다.

 

남는 것은 재산분할이다. 여기서 또 부부 사이의 관점이 극도로 갈리게 된다. 대부분의 재산명의나 주된 소득원이 남자인 입장에서는 내 꺼, 내 돈이라는 관점이 우세할 수 밖에 없다. 반대로 중요한 재산명의나 소득원이 없고 가사와 양육만 전담한 여자의 입장에서는 내 인생, 내 몫이라는 관점이 지배적이게 된다.

 

하지만 재산분할은 혼인생활이나 이혼사유와는 무관하게 서로 남남이 된다는 냉혹한 전제에서 각자 가져온 것, 혼인 중 형성한 것에 대한 기여도가 중요한 기준이 될 수 밖에 없다. 물론 여성의 가사 및 양육에 대한 기여도는 혼인생활이 10년 가까이 될 경우 거의 50% 가까이 수렴하게 된다. 여기서 재산에는 빚도 포함되는 것이 당연하다.

 

최근에는 아파트와 같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부동산을 절세 목적에서 부부 공동명의로 하는 유행이 있어서인지 별 다른 재산이 없을 경우 남자가 부인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재산분할을 요구하는 사례도 많이 보인다.

 

부끄럽게도 필자가 매년 결혼기념일 마다 배우자에게 하는 말이 있다. 그 말은 항상 내년에도 우리...’라고 시작이 된다. 우습지만 이런 필자의 생각이 벌써 10년이 되가는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아닐까도 생각해본다.

 

 

박원경 변호사

 

- () 법무법인 천명 대표변호사

- 형사법 전문변호사

- (전)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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