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경 변호사의 어바웃 로10] 형사사건에서 반성문, 진정서, 탄원서 잘 쓰는 방법

남정현 기자 | 기사입력 2021/03/16 [17:27]

[박원경 변호사의 어바웃 로10] 형사사건에서 반성문, 진정서, 탄원서 잘 쓰는 방법

남정현 기자 | 입력 : 2021/03/16 [17:27]

 

형사사건에서 반성문, 진정서, 탄원서 잘 쓰는 방법

      

▲ 변호사/변리사 박원경 (법무법인 천명)  © 남정현 기자

 

형사사건에서 가해자 및 피해자, 3자가 제출하는 서면

 

형사사건 자체에 연루되지 않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안타깝게도 살다보면 형사사건에서 가해자,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 형사사건이 아니라도 소속 조직의 징계사건에 연루되는 경우도 생기기 마련이다.

 

가해자 또는 피해자로 연루되지 않더라도, 소중한 지인이 가해자 또는 피해자로 연루되어 탄원서 제출을 부탁받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혐의가 인정된다는 전제에서 가해자가 혐의를 인정하며 반성한다며 선처를 요청하기 위해 제출하는 것을 반성문이라고 하고, 피해자가 가해자의 엄벌을 요청하기 위해 제출하는 서면을 진정서라고 하며, 3자가 가해자의 선처 혹은 엄벌을 요청하는 서면을 탄원서라고 한다.

 

위와 같은 서면들은 제목으로 명확하게 구별되기 보다는 내용이 더 중요하다. 실제 엄벌을 탄원하는 내용으로 진정서가 아닌 탄원서라는 제목을 달아 제출한다고 한들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반성문, 진정서, 탄원서의 목적과 성격

 

반성문, 탄원서, 진정서는 설득자체가 목적이므로 설명문이 아니라 설득을 목적으로 하는 논설문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물론 논설문의 성격이라고 하더라도 설명의 내용이 포함될 수 밖에 없고, 이성적인 주장과 근거뿐만 아니라 감정적인 부분도 포함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반성문, 진정서, 탄원서의 최소한의 형식

 

(1) 공적인 문서로서의 최소한의 형식

문서란 사람의 생각, 사상, 가치관 등이 담긴 글이므로 제목, 작성날짜, 작성자 성함 및 날인(내지 서명)은 문서로서의 최소한의 요건이자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부분도 포함하지 않은 글을 공적인 글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반성문

 

사 건 2021고합1111 상해

피고인 김갑돌

 

존경하는 재판장님!!

 

......(중략)......

 

진심으로 후회하고 반성하오니 부디 선처해주시기 바랍니다.

 

 

2021. 1. 1.

 

피고인 김갑돌 ()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형사부 귀중

 

 

(2) 독자(수신자)가 누구인지, 권한범위가 무엇인지

 

 

수사단계라면 경찰이나 검사가 수신자이고, 법원 재판단계라면 재판장(판사)이 수신자가 될 것이다. 징계단계라면 최종 징계권자를 수신자로 반성문 등을 작성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물론 독자(수신자)의 권한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알고 작성해야 반성문 등의 목적에 부합하는 글을 쓸 수가 있다.

 

참고로 경찰에게 처벌을 낮춰달라고 반성문이나 탄원서를 쓰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경찰은 수사업무를 담당하지 처벌여부나 그 수위를 정하는 사람이 아니다. 물론 처벌여부나 수위를 정하기 위한 수사를 하는 것이므로 수사상 필요사항에 대해 요청하는 내용이라며 모를까, 그 외의 사항을 요청하는 반성문 등은 전혀 의미가 없다.

 

(3) 구체적으로 가능한 요청사항과 이유를 적을 것

 

막연히 선처나 엄벌을 요청하는 것은 효과적이기 어렵다. 앞서 언급했듯이 반성문, 진정서, 탄원서는 설득을 목적으로 하는 논설문과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글을 읽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고민을 하게 하고 자신의 주장과 요청에 부응하도록 하여야 하는데, 막연한 선처나 엄벌요청을 상대방이 심각하게 고민하긴 어렵다.

 

물론 전략적으로 막연한 선처나 엄벌을 요청하는 내용으로 작성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겠으나, 가능하다면 구체적으로 요청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가령 혐의가 경미하고 피해자와 합의하여 검사에게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면 반성문에 법원재판을 받지 않도록 기소유예 불기소처분이나 벌금형 약식명령을 요청해볼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검사에게 가해자에 대해 정식재판 청구나 구형량을 높여달라고 탄원해봄직 한 것이다.

 

(4) 작성형식 (자필, 워드프로세서), 분량

 

글씨에 자신이 있다면 당연히 자필로 깔끔하게 작성해서 제출하는 것이 보기에도 좋고 정성이 담겨있기에 효과적이다. 짤끔하고 단정한 손 글씨를 싫어할 사람이 있겠는가? 만일 글씨에 자신이 없다면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해서 제출한다고 하여 문제될 것은 없다.

 

통상 공문서는 A4로 작성되므로 그 용지를 사용하면 될 것이고, 다만 읽기 편하도록 글씨크기(한글워드프로세서 기준 12포인트 이상)나 줄 간격 (200%이상)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상대방을 설득을 시켜야 할 글을 쓰면서 상대방이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 아닌가.

 

잘 쓴 글은 아무리 길어도 읽는데 피로감도 없고 문제가 없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쓰기 자체에 서툴고 반성문, 탄원서, 진정서를 작성해본 적이 없기에 잘 쓰기 어렵다. 자고로 글은 간명해야 하고, 길수록 주제가 불분명해지고 지루해진다.

 

대부분의 반성문 등은 앞서 말한 글씨 크기나 줄 간격 형식을 지킨다면 2페이지 이내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차라리 적절한 시점(경찰단계, 검찰단계, 법원단계 / 혹은 조사를 마친 시점마다 혹은 형사재판을 진행하며 공판기일을 마친 시점마다)마다 다른 내용으로 여러 번 제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가해자의 반성문 작성방법

 

반성문에 담겨야 할 필수적 내용

가해자 본인이 작성하는 글이고, 당연히 반성이 담겨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반성문을 작성해보라고 하면, 대부분의 가해자들은 반성의 내용은 몇 줄 뿐이고 자신의 가족, 직장에 대한 걱정 등이 대다수의 내용을 차지한다. 이럴 경우 반성문이 아니라 변명문을 쓴 격이 되는 것이다.

 

-선처를 목표로 하는 반성문에 담길 필수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범행(비위)을 왜 저질렀는지

본인이 해당 범행을 시인하는지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지 (반성과 후회의 내용)

피해자에 대한 사과부분

동일한 범행(잘못)을 반복 하지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어떠한 근거로 어떠한 선처를 요청하는 것인지

(불기소, 벌금형, 집행유예 등등)

 

      

-반성문에 들어갈 필요도 없거나 유해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검사나 판사에 대한 사과

=>사과의 상대방이 아니라 판단의 주체로서 선처요청의 상대방일 뿐임

 

가족, 지인들에 대한 사과

=>본인이 직접 하면 되는 것이지 반성문에 담아야 할 내용이 아님

 

자신에 대한 걱정(직업상실, 소득감소, 정신적 고통)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걱정이 우선되어야 할 부분이고, 이와 같은 내용은 푸념에 불과함.

 

 

 

피해자의 진정서 작성방법

 

진정서에 담겨야 할 필수내용

피해자 본인이 가해자를 선처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수사를 철저히 해달라고 하거나 엄벌에 처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작성해서 제출할 것이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막연한 엄벌은 근거가 부족하고 상대방을 설득할 수가 없다. 상대방의 권한범위가 어디인지를 파악하고 구체적 근거를 들어 어느 정도의 엄벌을 요청하는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엄벌을 요청하는 진정서에 담길 필수 내용은 아래와 같다.

 

현재까지 어떠한 피해와 고통을 입었는지

수사, 재판과정에서 가해자의 태도가 어떠한지

합당한 피해배상을 하였는지 여부

가해자를 엄벌해야 하는 구체적인 이유

어느 정도의 엄벌을 희망하는지(정식기소, 구속, 징역형 등등)

 

 

 

-엄벌을 요청하는 진정서에 들어갈 필요도 없거나 유해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비상식적인 피해호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피해호소를 한다면 이는 오히려 가해자에 대한 동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

 

가해자에 대한 막연한 비난

=>이 역시 설득력을 저해하는 요소이다.

 

      

3자가 제출하는 탄원서 작성방법

 

적절한 제3자의 범위

 

사건을 잘 알지도 못하는 마을주민, 직장동료로부터 탄원서를 받거나 정해진 탄원내용에 수십 내지 수백 명이 연서한 탄원서는 무슨 의미가 있고 소용이 있을까? 차라리 아니 제출한 것만도 못하다.

 

탄원서를 제출할 제3자는 가해자 혹은 피해자와 밀접한 관계로서 사건내용에 대해서도 충분히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가장 적절하다. 사건내용도 모르는 사람이 제출한 탄원서는 그저 안 읽을 수도 없는 짜증나는 종이뭉치에 불과하지 않을까?

 

그러나 아래와 같은 제3자는 탄원서를 제출해봄직하다.

 

사건내용과 관련된 제3

 

가령 사건현장에 함께 있었는데, 가해자를 말리는 등 범행을 제지하지 못한 제3자라고 한다면 사건내용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며, 일정부분 도의적 책임도 있으므로 그와 같은 부분에 대한 사과를 밝히며 가해자에 대한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해봄직하다.

 

가족

 

가해자 및 피해자와 가장 밀접한 제3자라고 할 수 있고, 사건내용을 잘 알고 그에 대한 가해자 및 피해자의 심정을 잘 표현해줄 수 있는 가족 역시 선처 혹은 엄벌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해볼 수 있는 제3자라고 할 수 있다.

 

그 외 제3

 

가해자 및 피해자를 개인적으로 잘 알고 사건내용에 대해 객관적으로 의견을 피력할만한 제3자를 상정하긴 쉽지 않으나 만일 이러한 제3자가 있다면 당연히 탄원서를 제출할 수 있을 것이다.

 

객관성 유지가 핵심

 

가해자가 제출하는 반성문과 피해자가 제출하는 진정서와 달리 제3자가 제출하는 탄원서는 당연히 가해자 혹은 피해자와 밀접한 관계일 수밖에 없으므로 그 주제 또한 정해진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가해자 지인이 제출한 탄원서는 가해자가 딱하니 선처해달라는 것이고, 피해자 지인이 제출한 탄원서는 피해자가 불쌍하고 가해자가 나쁜 놈이니 엄벌해달라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

 

따라서 제3자가 제출하는 탄원서의 경우 더욱 객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뻔한 주제의 진부할 글이 될 수밖에 없고 상대방을 설득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객관성을 유지할까? 사건을 지인(가해자나 피해자)의 관점에서만 보지 말고 상대방(가해자의 경우 피해자, 피해자의 경우 가해자)의 관점과 일반 제3자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왜 엄벌 내지 선처가 필요한지를 피력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가해자가 제출하는 반성문과 피해자가 제출하는 진정서의 반복일 뿐 그 자체로 의미가 없다. 실제 가해자 지인의 선처탄원서나 피해자 지인의 엄벌탄원서는 가해자의 반성문이나 피해자의 진정서를 베껴 적는 수준일 때가 많다.

 

3자 본인이 작성하여 제출하였음을 확실히 할 것

 

3자가 제출하는 탄원서는 가해자 본인이나 피해자 본인이 대신 작성한 것으로 의심받을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최소한 제3자 본인이 자의로 작성한 것을 인정받기 위해 신분증 사본이라도 첨부해 주는 게 바람직하다.

 

마치며

 

대다수의 사건에서 제출되는 반성문, 진정서, 탄원서는 넘쳐난다. 인생에서 가장 절실하고 최선을 다해 작성되어야 할 글이 아니 낸 만도 못한 수준로 작성되어 제출된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과연 당사자나 제3자가 작성하여 제출하는 반성문, 진정서, 탄원서로 형사재판이나 징계처분 결과가 달라질까?? 그렇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애매한 선상에 있는 사건에서는 당사자나 제3자가 진심으로 정성을 다해 작성한 반성문 등이 결정적인 효과를 발휘한다고 생각된다.

 

물을 넘치게 하는 것은 마지막 한 방울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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